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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특집 ①] 역사가 잊은 순간을 소환한 영화 다섯 편

한 때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역사에서 영웅, 왕, 장군만을 기억하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의 역사는 이름 없는 이들이 만들어가죠. 100년 전 한반도를 들끓게 했던 3.1절 역시, 흰옷 입은 수많은 백성이 대한의 독립을 외치며 거리에 나왔고, 그렇게 쓰러져 갔습니다. 일제 치하의 역사는 조국을 잃은 슬픔에 힘들어했거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삶으로 채워졌는데요. 최근 영화는 우리가 잊고 지낸 존재들을 다시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과 고뇌, 아픔과 희생, 결연한 의지와 사랑을 스크린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소환하는 거죠.

키노라이츠 매거진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던 다섯 편의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키노라이츠에서 그린라이트를 받았던 영화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 – <암살> 92.13%

2015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1,200만 명의 관객 수를 돌파하며 상당히 큰 인기를 끈 영화입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등 화려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화제가 되었죠. 영화는 대한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군의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만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다뤘습니다. <암살>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는 것”인데요.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명예도 돈도 권력도 아니었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면서 그것이 고통받는 민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독립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싸웠죠. 그러한 희망과 믿음이 작은 불씨가 되어 타오르게 되는 걸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의열단의 이름으로 적의 밀정을 척살한다.” – <밀정> 96.69%

마음을 움직이는 힘. 그 힘은 조국에 대한 사랑에 있는 걸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밀정>은 상당히 심오하게 조국이라는 것에 관해 생각하는데요. 밀정에게도 조국은 하나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의 만남은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집니다. 일제강점기 아래서 이 두 존재는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조국과 시대의 흐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그래서 마찰이 있었죠. 밀정이지만 그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것을 믿고, 민중의 조국은 어떤 곳인지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영화입니다.


“여기 우리 애들 네가 기억해야 돼” – <눈길> 88.24%

KBS 2부작 드라마를 편집하여 영화로 만든 <눈길>은 김향기와 김새론의 출연으로 눈길이 가는 영화입니다. 두 소녀가 서로 위로하며 힘든 길을 함께 걸어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놓이게 됨으로써, 연대를 쌓아가고 추운 겨울 눈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희생된 이름 없는 이들 중 하나이지만,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를 존재할 수 있게 하죠. 소녀들의 끈끈한 자매애는 서로를 기억하고, 삶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스크린 너머로 이어집니다. 이들을 아프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관객이자,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죠.


“지금 기회를 줄게 인간이 돼라” – <허스토리> 94.92%

종군위안부와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관부재판을 다룬 <허스토리>는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재판을 벌인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최초로 일본에 승소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스토리> 역시, 그동안 숨죽이며 살아왔던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죠. 또한, 그것을 통해 과거 일본의 죄를 묻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역사의 아픈 기억을 들추어내면서, 그녀들의 아픔을 민족 공통의 것으로 확장하죠. 식민지의 아픈 기억이 민족 공통의 상처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허스토리>는 History에 그녀들을 기억을 더해 Hersotry가 되죠.


“Yes, i Can Speak” – <아이 캔 스피크> 95.51%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국 연방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HR121)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부의 가벼운 코미디와 후반부의 진중한 이야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 <아이 캔 스피크>의 가장 큰 매력인데요. 그것은 제목이 갖는 이중적 의미와 관련됩니다. “I can speak!”은 단지 ‘영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일제강점기엔 억압의 대상이었고, 해방된 한반도에서도 남들에 의해 말하여졌을 뿐, 스스로 말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당당하게 말하는 주체가 되어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홍성빈 에디터(s.b.hong@kinoligh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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