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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WFF <메이데이> 귀엽고 아름다운 소녀에 현혹되지 마라

<메이데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으로 <문라이즈 킹덤>, <멜랑콜리아>를 지나 ‘세이렌’ 신화를 넘나든다. 사운드트랙 같은 ‘M.A.Y.D.A.Y’ 철자는 영화의 핵심이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메이데이(구조신호) 시그널은 신호를 넘어 사람을 홀리는 마법 같은 주문으로 작용한다. 그레이스 반 패튼, 미아 고스, 소코, 하바나 로즈 리우로 구성된 네 주인공의 케미는 몽환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결혼식이 있는 분주한 호텔에서 일하는 아나(그레이스 반 패튼)는 큰 폭풍이 몰려온 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오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속을 허우적거리다가 깨어나 보니 외딴섬이었고, 마샤(미아 고스)에 의해 구조된다. 여기는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과거 기억하지 못하는 아나. 마샤가 소개해 준 비(하바나 로즈 리우)와 거트(소코)와 만나고 비밀스러운 소녀 부대에 입단하게 된다.

이들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뛰어난 군인이었다. 부대원은 셋뿐이지만 다들 명사수에 관찰 및 은폐 능력도 상당했다. 전시상황이라지만 누구와 어떤 명분으로 전쟁 중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핵심 업무는 구조 무전인 것 같았다. ‘메이데이’ 시그널을 보내 접근하게 한 뒤 폭풍에 휩쓸려 도망가지 못하게 만든다. 세이렌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공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소녀들은 떠밀려온 군사 물품을 빼앗아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메이데이

이들은 매우 기묘하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귀여운 목소리는 영락없는 10대지만, 마녀 못지않은 잔악무도함을 품고 있다. 리더 역할의 마샤는 미스터리한 이 세상의 중심이자 모든 것으로 대변된다. 과거를 유일하게 기억하며 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쥐고 있다. 다른 부대원이 어디서 뭐 하는지도 알고 있을뿐더러 모든 일에 관여한다.

신병인 아나가 또박또박 메이데이 철자를 외치자, 힘없는 목소리로 해야 한다고 꾸짖는다.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영웅심리를 이용하는 거다. 이만한 떡밥이 없다는 소리였다. 구조 신호에 홀린 병사 대부분은 도착하기 전에 죽지만 간혹 살아서 소녀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첫마디는 늘 똑같이 간호사냐는 것. 심한 부상을 당해 살고 싶은 본능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시 중 여성은 간호사라는 편견이다. 이윽고 죽어가던 병사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달라고 하자, 남편과 아이가 없으면 더 자유로울 것이라며 거절한다.

섬 안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그들은 여성이자, 소녀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트리고 살벌한 응징으로 맞선다. 자립하고 존중하고 연대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무고한 살인에 마음이 약해지는 아나에게 마샤는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평생 전쟁을 치렀어”라는 말로 응수한다. 남성 중심 사회와 여성 억압으로 고군분투했던 오래된 역사가 오버랩된다.

그러던 중 아나는 꿈을 꾸며 조금씩 기억을 되찾는다. 자동차를 타고 긴 터널을 빠져나간다든지, 호텔 직원이 군인으로 등장한다든지, 알 수 없는 전조증상이 계속된다. 거듭된 꿈과 함께 호텔 직원을 하나둘씩 마주치자, 이곳은 현실 세계가 아님을 자각하게 된다. 기억을 다 찾을 때쯤 되돌아갈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메이데이>는 페미니즘적 요소로 채운 영화다.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던 요소를 뒤집는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라고 추측할법한 배경과 환상의 섬은 아름다운 네 소녀 때문에 더욱 고혹적이다. 밀리터리 스타일과 파괴적인 생명력은 마녀나 인어 등 초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이 매력이 러닝타임 동안 펼쳐져 눈과 귀가 즐겁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밝게 빛나는 별이다. 흔히 반짝이는 별을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눈에 반짝이는 때는 마지막 순간이다. 별이 죽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파멸하는 이치기도 한데 두 개의 별 마샤와 아나를 뜻한다. 마샤는 이미 최고의 별이고 아나는 새롭게 태어난 초신성이다. 마샤는 공동체를 와해하고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아나를 눈엣가시로 생각하지만 세상의 논리로 생각하고 끝내 돕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 왜 굳이 어두움(현실)으로 돌아가려 하냐’는 말에 아나는 어두운 곳은 별이 더 잘 보인다고 답한다. 생각의 전환이다. 비로소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한 그들은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난다. 비록 몸이 부서지고 찢겨 죽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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