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인디애나. 헤비메탈 락이 사랑받고, 동시에 이를 악마의 음악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던 시기. 이 분위기에 동조하듯 사탄을 숭배하는 집단이 연쇄살인을 일으키며 뉴스를 장식한다. 이 위험에도 락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여행하는 알렉시스(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밸(매디 해슨), 베벌리(에이미 포사이스). 이들은 락 페스티벌에서 세 남자와 만난다. 공연이 끝난 뒤, 세 남자와 알렉시스의 집으로 이동하는 세 친구는 재미있는 밤을 기대한다. 그런 그날 밤, 그녀들에게 연쇄 살인마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었는데…
<위 섬온 더 다크니스>는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청춘남녀들의 뜨거운 밤에 불청객 살인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1978년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을 시작으로 90년대에 <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의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런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는 호러, 스릴러, 슬래셔 장르를 통해 꾸준히 재생산되어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류의 영화에서 부각되는 건 여성의 이미지인데, <위 섬온 더 다크니스> 역시 표면상으로는 그렇다. 영화 <더 레이오버>, <베이워치: SOS 해상 구조대>와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등을 통해 많은 팬을 보유한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가 매혹적인 이미지로 이목을 끈다. 여기에 ‘매디 해슨’이 좌충우돌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가 <위 섬온 더 다크니스>가 앞의 이야기에서 차용한 설정과 이미지다. 영화는 중반부 이후, 세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함께 양상이 180도 변한다. 특히, 미국판 손병호 게임을 하며 분위기가 역전되는 씬은 이 영화의 백미다. 기존의 영화에서 섹슈얼리티가 부각되는 여성 캐릭터가 피해자의 위치에서 소리쳤다면, <위 섬온 더 다크니스>는 그런 캐릭터와 영화를 비웃는다.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가 영화 중 인질들에게 보이는 광기와 미소는 이런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전시되기를 강요한 이들에게 보내는 미소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이런 역할의 변화가 영화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위 섬온 더 다크니스>는 중반부의 큰 변곡점 이후 서스펜스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이 분명 엉성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여성 캐릭터가 범죄를 주도하면서 색다르고 기괴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서 오는 쾌감이 있다.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의 새로운 양상과 재미를 보고 싶은 관객, 그리고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의 팬이라면 <위 섬온 더 다크니스>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