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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3부작으로 본 우민호 감독의 욕망


“20분만 덜어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한 인물이 마약에 빠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던 <마약왕>은 너무 많은 인물을 담았고, 거기에 그 시대의 부조리까지 욱여넣다 고꾸라졌다. 이와 비교해 <남산의 부장들>은 훨씬 간결하고 깔끔하다. 유신 정권의 방대한 이야기를 40일로 압축했고, 카메라는 한 인물의 행적을 쫓으며 몰입감이 높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극화했다. 너무도 충격적이라 익숙한 일이며, 지금 정치계와 무관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남산의 부장들>은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현재와 공명할 지점이 있는 영화다. 이미 <마약왕>에서 유신정권의 흥망성쇠를 배경으로 차용했던 우민호 감독. 이번엔 그 정권을 주인공 삼아 무엇을 준비했을까.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을 욕망 3부작이라 소개했다. 이 세 편은 모두 한국 정치의 타락과 몰락을 다뤘고,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더불어 대한민국 정치 타락의 뿌리를 유신정권이라는 이미지에 서 찾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우선, <남산의 부장들>은 직설적으로 유신정권의 폭력성과 부패를 다룬다. 그리고 전편인 <마약왕>은 유신정권이란 시공간 속에서 뛰어노는 인물을 중심에 뒀다. <마약왕>에서 이두삼(송강호)의 전성기는 유신정권의 부흥기와 맞닿아 있었고, 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두삼도 체포된다. 이러한 설정 외에도 이두삼을 박 대통령과 유사하게 묘사해 풍자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있었다. 이두삼의 아내 성숙경(김소진)이 퍼스트 레이디의 이미지를 복제하려던 것 등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허구의 이야기였던(하지만 예언서이기도 했던) <내부자들>에도 유신 정권의 흔적이 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비밀과 탐욕이 넘치던 권력자들의 공간이 <내부자들>에도 등장한다. 이강희(백윤식)과 장필우(이경영)가 여성들을 불러 술판을 벌이던 곳은 유신정권에 있던 궁정동 안전가옥의 이미지와 매우 유사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자들이 비밀스럽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던 탐욕스러운 공간은 주인이 바뀐 채 우민호 감독의 영화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적 순서로 영화를 재배치했을 때 <내부자들>이 마지막에 있듯, 영화적 완성도도 <내부자들>이 가장 성숙한 것처럼 보인다는 건 흥미롭다. <마약왕>은 이두삼의 성장과 몰락을 밀도 있게 담으며 방대한 일대기를 스크린에 전시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요소를 담다 탈이 났다. 이와 비교해 <남산의 부장들>은 유신정권 몰락의 짧은 순간만 떼어왔고, 김규평(이병헌)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면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영화가 되었다. 다만, 굵직한 사건을 빠르게 보여주는 데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뛰어난 미장센과 연기가 있지만, 깊이가 없다. 그렇게 <남산의 부장들>은 고풍스러운 재연 드라마에 그친다.


세 편의 영화를 함께 생각했을 때, <마약왕>과 <남산의 부장들>의 절충안이 <내부자들>처럼 보인다. <내부자들>은 앞선 두 영화와 비교해 극을 끌어가는 중심인물이 늘었고,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하다. 동시에 안타고니스트인 부패한 권력자들도 입체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덕에 프로타고니스트와 갈등이 선명했고, 긴장감도 팽팽했다.

결국, <남산의 부장들>은 너무 얕고, <마약왕>은 너무도 깊었다. <마약왕>보다는 훌륭했지만, <내부자들>보다는 아쉬웠던 영화. 그렇게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이 우민호 감독의 정점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아이러니한 영화가 될 것이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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