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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타고난 이야기꾼이 역사에 덧붙인 상상력

한동안 조용하던 극장가, 볼만한 한국영화를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동주>, <박열>, <사도> 등의 굵직한 영화들을 만들어낸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사를 파고드는 사려 깊은 고찰과, 실존 인물에 흥미로운 픽션을 더해내는 능력까지. 이렇듯 사극이라는 장르에 ‘이준익’이라는 이름은 이미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이다. 그가 이번에는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주목했다. 

‘정약전’이라는 이름을 생소하게 느끼는 관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이름보다는 ‘정약용의 형’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약전 역시 정약용과 마찬가지로 조선의 뛰어난 학자이며, 약전, 약종, 약용의 삼형제는 모두 총명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당시 박해당하던 천주교의 교리를 따랐다는 이유로 각각 다른 곳으로 유배를 가게 되는데, 특히 정약전은 흑산도라는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바다에서 관찰되는 생물들을 기록한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한다. 영화의 제목 역시 이 서적에서 따온 것이다.

실제 [자산어보]에는 정약전이 언급한 ‘창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해당 인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지 않아, 이준익 감독이 픽션을 더해 가상의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자산어보>의 창대는 서자 출신으로, 친부에게 인정받아 뜻을 펼치기 위해 신분상승을 꿈꾼다. 흑산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면서도 가지고 있는 책은 닳도록 읽는, 배움에 목마른 인물이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정약전, 변요한이 연기하는 창대. 이 두 인물이 흑산도에서 만나 사제지간으로 우정을 다지면서 지식과 사람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답답함과 삶의 애환이 있어왔다. 정약전은 당시 왕조를 바탕으로 정립된 질서가 있었던 조선에서 금기시된 ‘서학’이라는 학문을 받아들였고, 예법을 강조하는 성리학 대신 일상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자 했다.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흔히들 ‘깨어 있다’고 하는 사상가가 당시의 조선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갈등을 서사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와 마찬가지로 <자산어보>는 거의 모든 장면이 흑백으로 되어있다. 컬러를 덜어냄으로써 인물을 더 선명하게 담아내 관객으로 하여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배우들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세세한 감정표현까지 신경 쓰며 연기했기에 섬세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다. 믿고 보는 감독과 믿고 보는 주연 배우 외에도 이정은, 류승룡, 최원영, 김의성, 조우진 등 스크린에 얼굴이 등장하는 순간 반가워할만한 익숙한 배우들이 조단역으로 출연해 적재적소에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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