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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첫 번째 항해 어땠나?

공개 전부터 많은 이슈를 만들었던 <승리호>가 드디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의 재회, 초호화 캐스팅, 여기에 200억이 넘는 ‘억’ 소리 나는 제작비까지 하나하나가 다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SF 불모지인 한국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우주 영화라는 점이 가장 큰 기대를 받았다.

개봉만 하면 영화계를 흔들어 놓을 것만 같았던 <승리호>.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 영화의 극장 출항을 막아버렸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넓은 무대를 배경으로, 역대급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를 큰 화면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건 제작자, 관객 모두에게 속이 쓰린 일이다. 이를 위로해준 건 또 하나의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넷플릭스’였고, <승리호>는 전 세계에 공개되는 뜻밖의 기회를 맞이했다.

안정적인 VFX 기술력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수집하는 해적 같은 ‘승리호’ 선원들이 큰돈을 벌기 위해 가장 위험한 일을 의뢰받고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캐릭터별 특별한 액션으로 무장한 활극이며, 공허한 우주를 채우는 건 결국 ‘사랑’이라 말하는 따뜻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 무엇보다 여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우주’를 어떻게 시각화했을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던 작품이다.

<승리호>가 구현한 망가진 지구의 이미지는 <블레이드 러너> 등의 영화에서 본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했고, 화려한 ‘우주’ 문명의 이미지는 ‘스타트렉’ 시리즈, <엘리시움> 등의 영화가 오버랩되는 등 안정되고 세련된 영상미를 자랑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우주선 ‘승리호’ 내외부도 이질감이 없어, 한국 VFX 및 세트 미술의 성취를 엿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이미지가 우리 눈에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과 닮은 것은 아니다. 종종 만화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CG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VFX 기술의 역량 탓이라기 보다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에서도 게임과 만화 같은 과장된 이미지를 즐겨 사용한 조성희 감독의 취향으로 보인다.

SF 활극을 완성하는 개성있는 캐릭터

영화의 이미지에서 할리우드 대작에서 보던 것을 알맞게 차용해 안정성을 추구한 느낌을 받았다면, <승리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었다. 돈을 쫓는 선원들이 욕망이 잘 드러나 긴장감이 넘치고, 익살스러운 상황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이들의 개성은 액션에도 반영되어 캐릭터별로 차별화된 액션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여기서 각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전작이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최고의 군인을 연기한 적 있던 송중기, 장총을 어깨에 걸어 봤던 적이 있는 김태리, 거친 범죄자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진선규, 그리고 손이 눈보다 빨랐던 유해진까지 배우들은 종종 자신의 과거 페르소나를 소환해 웃음을 준다. 이렇듯 <승리호>는 네 캐릭터의 개성이 돌출된 코미디 액션 활극으로서의 장점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조성희 감독의 인장

<승리호>의 전개는 매우 안정적이며, 때로는 한국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도 볼 수 있다. 높은 제작비를 고려해 한국 영화의 흥행 코드를 놓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동시에 조성희 감독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던 가족애와 선한 사람들이 부각되는 따뜻한 영화라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예산으로 깔끔하고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서 한국 스페이스 오페라의 성공적인 출항으로 평가받을 작품이다. 하지만 좋은 재료와 뛰어난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했는지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승리호>는 감정적 여운이 적은 휘발성이 강한 영화로 한국에서 처음 구현한 ‘우주’라는 경이로운 이미지로 기억될 영화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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