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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모두의 일상을 안아줄 수 있는 픽사의 따뜻함

‘소울’엔 여러 의미가 있다. ‘영혼’이란 말을 시작으로 재즈를 바탕으로 한 음악의 장르를 뜻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는 <소울>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이 단어가 음식 앞에 붙으면 정신과 육체를 모두 충만하게 하는 ‘소울 푸드’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요동치게 하는 단어. 그게 ‘소울’이다. 디즈니 픽사의 21년 첫 번째 선물인 <소울> 역시 우리의 영혼에 파동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따뜻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한다. 어떤 요소가 우리의 영혼이란 바다에 파도를 만들고 있었을까?

<소울>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미지에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영혼은 크게 세 공간에 갈 수 있다. 어린 영혼이 머물며 교육을 받는 ‘태어나기 전의 세상’. 영혼이 존재의 목적을 다하는 ‘지구’. 그리고 영혼의 종착지인 ‘사후 세계’를 볼 수 있다. 지구는 우리가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본 이미지이기에  특별히 말할 것이 없지만, 보이지 않는 두 세계를 표현한 이미지의 재기발랄함과 상상력은 흥미롭다.

태어나기 전의 세상은 밝고 동화적인 풍의 공간이며, 긍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파스텔 톤으로 구현되었다. 여기서 영혼은 자기만의 기질을 찾으며 놀이를 반복한다. 반대로 사후 세계는 차갑고 어두운 블랙톤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톤 앤 매너 외에도 두 세계는 여러 대비를 이룬다. 태어나기 전의 세계는 영혼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지만, 사후 세계는 기계적인 이미지와 과학적인 묘사를 통해 영혼의 존재를 물질처럼 규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두 세계의 관리자인 ‘테리’와 ‘제리’는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어 있어 영적인 세계에 신비함을 더한다.

<소울>에서 영혼을 이루는 기질을 나눠둔 부분은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을 독립적인 캐릭터로 표현한 것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우연히 영적인 세계에서 방황하는 영혼을 만나는 주인공의 여정은 <코코>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덕분에 <소울>은 <인사이드 아웃> 틱한 <코코>이거나, <코코> 스러운 <인사이드 아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는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과 <인사이드 아웃>, <코코>의 제작진이 보여준 긍정적인 시너지로 보인다.

더불어 <소울>이 감동을 주는 지점은 비범하다. 영혼의 세계를 배경으로 애절한 만남과 이별 이야기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서로의 존재도 모르던 조(제이미 폭스)와 22(티나 페이)가 우연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후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영혼이 만드는 유쾌한 사건이 펼쳐지며 웃게 한다.

이 사건들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의미 없이 넘기던 일상에 대한 찬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울>은 우리 모두의 삶을 긍정하고 안아준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주며 큰 감동을 안겨준다.

<소울>은 애니메이션이 모든 인류를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픽사의 걸작으로 새해 시작을 함께하기에 너무도 좋은 작품이다.

P.S 동시에 <소울>은 우리가 20년에 잃어버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돌아보게 한다. 여기서는 영화가 의도하지 않은 서글픔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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