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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의 힘

대중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아이유. 아니, 영화에서 만큼은 배우 ‘이지은’이다. 최근 몇 년간 활발히 스크린에서도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이 배우의 신작이 개봉한다. 바로 김종관 감독의 <아무도 없는 곳>이다.

먼저 배우 이지은과 김종관 감독의 재회가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2019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페르소나’에서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까지 네 명의 감독이 이지은을 필두로 네 개의 단편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배우 이지은의 영화 데뷔작이었다. 이 영화에서 김종관 감독은 <밤을 걷다>라는 작품을 통해 꿈속에서 만난 죽은 연인과 함께 걷는 밤거리를 쓸쓸하고도 담백하게 담아냈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들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단연 ‘쓸쓸함’이다. 그의 영화는 서두르지 않는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그리고 가장 최근의 <조제>까지. 주로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낼 뿐이다. 거리를 걷기도 하고, 카페에 함께 앉아 있기도 한다. 특정 장소와 특정 시간, ‘바로 이 순간의 여기’를 담아낼 줄 아는 감독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공간 속 서로와의 관계와 삶이 녹아 있어, 움켜쥘 수 없는 것들을 기리기 때문에 그의 영화들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무도 없는 곳>은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네 명의 인물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세월과 사람에 대한 고찰이 돋보인다. 주인공 창석이 소설가인 만큼, 영화에는 그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나레이션이 깔린다. 관객을 향해 나지막이 건네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는 창석이 만나는 미영(이지은), 유진(윤혜리), 성하(김상호), 주은(이주영), 각각의 인물들과 나누며 느낀 감정들이 녹아 있다.

김종관 감독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풀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서울 곳곳의 풍경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장소일지라도 마치 몇 번은 와 본 듯한 익숙함을 느끼게 해 준다. 각 장소에서 창석과 대화를 나누는 인물, 이 두 사람 외에도 각 장소의 풍경과 주변 사람들까지 눈여겨보길 바란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거리 한 켠을 지키는 공중전화 박스처럼 한결같은 감성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김종관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한가득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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