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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서] 가면을 벗은 인간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어젯밤 꿈속에서 저지른 살인이 사실은 현실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상이다. 하지만 <포제서>의 암살 조직이 살해 도구로 당신의 몸을 골랐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당신은 누군가를 죽였을 수 있다.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최고급 요원인 타샤(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살해 도구로 사용할 타깃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한다. 그의 몸을 빌려 쓰는 동안 아무도 수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타깃이 되는 인물은 콜린 테이트(크리스토퍼 애봇)라는 남성. 타샤는 그가 연인과 나누는 대화, 직장에서 수행하는 업무들까지 전부 파악하여 연기한다. 과연 타샤는 완벽히 콜린이 되어 암살 임무를 마칠 수 있을까?

‘포제서 (possessor)’는 ‘소유주’, ‘조종자’라는 뜻으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된 영화 속 설정 속에서 정체성의 주인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제목이다. 타샤가 콜린의 몸에 들어가 그를 조종하는 동안 서서히 콜린의 의식이 그녀에게 침투한다. 마치 이중인격이 엉키는 것처럼 타샤는 자신과 콜린의 자아를 혼동하게 되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콜린으로 존재해야 할 순간에 타샤의 인격이 삐져나오면서, 타샤는 자신의 육체로는 저지르지 못했을 일들을 벌이기 시작한다.

타인의 몸을 빌린다는 것은 나 자신으로서의 자아로부터 가면을 집어 던지고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포제서>에서는 그 가면이 벗겨졌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또한,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깊은 본능을 깨워서 보여주며,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라고 관객에게 질문한다.

그동안 타인의 몸에 들어가거나 아바타를 조종하는 SF영화들은 심심치 않게 있었다. 대표적으로 <매트릭스>처럼 영화 속 인물이 가상의 세계에서 새로운 자아로 존재하는 영화들이다. 그런데도 <포제서>가 독보적인 매력을 가지는 이유는 감독인 ‘브랜던 크로넨버그‘가 표현해내는 독특한 질감과 묘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브랜던 크로넨버그는 ‘괴기’와 ‘혐오’의 대명사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세트장에서 아버지의 영화를 보며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대표작인 <비디오드롬>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클레이 질감으로 구겨지는 인간의 형체를 <포제서>에서도 볼 수 있었다. 특유의 머리를 울리는 전기음과 거르지 않은 날것의 묘사마저 닮아있다.

<포제서>에서 아버지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이어가며 세련된 이미지들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브랜던 크로넨버그 감독의 행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포제서>는 2021년 2월 3일 개봉 예정이다.

https://twitter.com/FilmFan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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