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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 상실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유목’이라는 뜻이 담긴 단어 ‘노마드’는 요즘 일상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방식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노마디즘(Nomadism)이라고 하며, 특히 최근에는 전자기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세대를 이르는 말로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단순히 유목생활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개봉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는 이렇듯 떠돌아다니며 유목생활을 하는 주인공을 다룬다. 불과 3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쓰리 빌보드>라는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밴을 타고 각지를 떠돌며 살아가는 캐릭터 ‘펀’을 맡아 연기한다. 영화는 묵묵히 그녀의 일상을 비춘다. 초반에는 공장에서 일도 하고, ‘살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펀은 밴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조해 이동생활을 시작한다.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집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펀의 언어를 빌리자면 그녀는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가 없을 뿐이다. ‘홈리스’와 ‘하우스리스’는 같은 말 같지만 물리적인 집이 있느냐 심적인 집이 있느냐의 차이로, 알고 보면 그 의미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펀은 왜 집 대신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지내게 되었을까?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차를 타고 떠돌며 지내는 사람이 펀 혼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미국 곳곳에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캠핑장 같은 공간들이 군데군데 있다. 떠돌이들이 모여 잠시 쉬어 가는 곳이다. 그들의 생활은 거의 자급자족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물물교환을 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등의 상호작용은 불가피하다. 나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밤에는 빙 둘러앉아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떠돌기 시작한 사람들은 점차 드러나는 펀의 사연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잃거나 떠나보내고 남은 상실감을 견디고 있는 이들이다. 떠도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대화에서 삶에 대한 메시지들이 하나둘씩 던져지는데, 이들이 주고받는 교감이나 서로를 순수하게 도와주는 마음, 혹은 위로와 같은 가치들은 사실 당연한 삶의 덕목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대 사회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카메라는 주인공 펀이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자연의 풍광을 담아내며 조금 전까지의 이야기들을 곱씹고 환기할 시간을 준다. 머무르는 삶과 정착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사람’을 추억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현재 당신이 겪는 감정이 ‘상실감’이라면 <노매드랜드>의 떠도는 삶을 한 번쯤은 만나보길 바란다. 코앞으로 다가온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여러 부문에 유력후보로 올라있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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