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연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나면 내년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누군가에겐 두려움이 가득한 시기이기도 하다. 행복하기만 해도 바쁜 새해 일주일 전, 네 쌍의 커플에게는 잊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난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 컷(출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해전야>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가득 차 있어 심심할 틈이 없는 영화다. 스노보드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과 원예사 오월(최수영)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6년 된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진아(이연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등. 각양각색의 직업,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영화의 제목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홍지영 감독은 2013년, 결혼을 일주일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결혼전야>로 이름을 알렸다. 마치 하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진 듯, ‘새해’와 ‘결혼’이라는 사건을 앞둔 인물들의 에피소드 속에서 세심하게 한국적인 맛을 살려내는 특기가 돋보인다.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친근한 배우들의 특별출연도 기대해도 좋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 컷(출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힘듦을 안고 살아간다. <새해전야>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일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한다.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면 조금은 덜 힘든 한 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기 유독 힘들었던 작년의 답답함도, <새해전야>가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이다. 소중한 일상을 돌아보게 해주는 동시에, 위로와 힐링을 건네는 영화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새해전야>의 영어 제목은 ‘New Year Blues’ 로,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라는 단어를 통해 동시기를 겪는 우리 모두의 갈등과 외로움을 담고 있다. 그러나 ‘블루스’라는 음악을 생각해보면, 어찌 되었든 그저 음미하고 즐기면 되는 게 아닌가? 유독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 당신, 좀 더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