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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정, 지나쳐온 것들에 대하여

명작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한 번 하기도 힘든 개봉을 거듭하며 극장에서 자주 틀어준다는 건, 찾는 사람이 많거나 그만큼 잘 만든 영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재개봉이라는 타이틀 하에 명작의 위엄을 자랑하며 2월 10일, <이다>가 돌아온다. 2015년의 개봉 이후 6년 만이다.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란 안나(아카타 트르제부츠우스카)는 서원식을 앞두고 유일한 혈육이자 이모인 완다(아가타 쿠레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자신이 사실 유대인이며, 본명이 ‘이다’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평생을 알고 살았던 ‘나’에 대한 반전을 접하는 충격적인 순간이다. 수녀인 이다와 달리, 이모 완다는 유흥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주변에는 음악과 사람이 늘 가득했다. 이다의 부모님은 유대인 학살 당시 세상을 떠났는데, 그 흔적을 찾기 위해 정반대인 두 사람이 함께 떠나게 된다.

시작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한 소녀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이다>. 이처럼 영화의 화법은 직설적이고도 과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녀원 바깥의 세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던 이다가 경험을 통해 한 단계씩 배우고 틀을 깨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기 어려워했던 이다의 성장과 계몽을 통해, 유대인 학살이라는 아픈 과거를 직시하기 두려워했던 폴란드의 역사적 반성도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폴란드 영화’라는 생소하고 이국적인 수식어를 달고 소개되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흔히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우선, 영화가 흑백이라는 점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영상미도 아주 뛰어난데, 빈 공간 위에 필요한 사물과 상황만을 배치해낸 듯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에서는 컷 하나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정사각형에 가까운 4:3 화면비를 사용해 인물들을 프레임 속에 가둬 놓은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감독인 파벨 파블라코브스키는 한 번도 영화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간단한 틀과 구상만으로 작업하는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투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90페이지짜리 각본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오프닝은 미술감독이 촬영 전날 예수상의 얼굴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고, 즉흥적으로 영감이 떠올라 넣기로 한 장면이라고 한다. 보자마자 뇌리에 남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파벨 파블라코브스키 감독은 2019년 2월에 국내 개봉한 영화 <콜드 워>를 통해 폴란드 특유의 색채를 영화계에 각인시키며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각종 영화제에서 화려한 수상을 이어가며 주목을 받는 동시에, 자연스레 그의 전작인 <이다> 역시 화제를 모았다. <이다>에서는 <콜드 워>의 주연 배우인 요안나 쿨릭의 모습도 슬쩍 엿볼 수 있다.

이번 재개봉이 <이다>를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하고 놓쳤던 아쉬움을 달래주는 동시에, 겨울의 끝자락에서 그동안 걸어온 ‘나’의 삶을 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에디터 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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