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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열풍 속에서 ‘검은 태양’이 보여준 지상파 드라마가 살아남는 법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는 종편과 OTT의 빠른 정착에서 비롯되었다. JTBC는 뉴스와 예능 중심의 다른 종편채널과 달리 콘텐츠 개발에 열과 성을 보였다. 개국 특집 드라마 <인수대비>를 비롯해 <빠담빠담>, <궁중잔혹사 꽃들의 전쟁>을 선보이며 인상적인 성적을 보여주던 그들은 2014년 김희애, 유아인 주연의 <밀회>를 통해 히트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는 케이블 채널 tvN이 2006년 개국 후 2012년 신원호, 나영석 PD를 영입하기 전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빠른 성공이라 볼 수 있다. JTBC는 2018년 <SKY 캐슬>, 2020년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 올해 <괴물> 등을 선보이며 드라마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tvN과 함께 방송가에서 드라마 양대산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역시 2016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후 빠르게 성장세를 이뤘다. 그 원동력에는 2018년 1월에 독점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힘이 컸다. 스타 작가 김은희와 주지훈, 배두나 등 스타 배우들을 기용해 기존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좀비란 소재를 시대극과 결합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이 신선함은 OTT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위와 표현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후 <인간수업>, <스위트홈>, 올해 <D.P.>와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넷플릭스와 윈-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종편을 비롯한 케이블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의 성장은 지상파 드라마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매년 어떤 배우가 어떤 드라마로 수상을 할지 기대를 모으게 만들었던 연말 방송사 연기대상 시상식은 시청자들이 모르는 드라마가 가득한 김빠진 콜라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는 지상파 스스로가 초래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들이 tvN에게 시장을 빼앗기기 시작한 이유는 스스로를 가두는 클리셰에서 시작됐다.

장르물이라 할지라도 주인공 사이에 로맨스 라인이 있어야 하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규모가 큰 작품에는 스타작가라 할지라도 난색을 표했다. 지상파라는 점에서 드라마의 수위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런 제약은 창작자의 의욕을 꺾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때문에 <싸인>, <유령>을 연달아 히트시켰던 김은희 작가는 세 작품을 연달아 했던 SBS를 떠나 tvN에서 <시그널>을 집필했다.

여기에 과한 PPL은 극의 흐름을 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상파가 포기할 수 없는 PPL을 OTT는 보여주지 않음으로 극적인 몰입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지적으로는 아이돌 출신 배우를 들 수 있다. 한류 시장을 노리고 작품마다 아이돌 출신을 집어넣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지상파와 달리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은 이름값은 부족하지만 배역에 딱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오히려 해당 배우들을 스타로 만드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다. 과한 로맨스 라인, 몰입을 깨는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 흥행공식에 열중해 정작 작품의 질적 완성도는 뒷전인 지상파 드라마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떠나면서 이들 스스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그 시도가 가장 필요한 방송사는 MBC였다.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는 근 5년간 마땅한 히트작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MBC ‘검은태양’

<검은 태양>은 이런 MBC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OTT 웨이브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선보인 작품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OTT 서비스다. 2019년 9월 첫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니 OTT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해당한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있어 방송사와의 협업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방송사는 물론 웨이브를 통해 작품을 함께 공개하며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OTT 시장의 장점은 수위가 높다는 점에 있다.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킹덤>의 경우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에서도 방영하기 어려운 수위다. 반면 OTT는 가입자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높은 수위의 표현이 가능하다. <검은 태양>은 이 점을 활용한다. MBC에서 정규방송을 보여주면서 웨이브에서는 무삭제판을 따로 공개한다. 지상파가 지닌 접근성과 OTT가 지닌 수위를 통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적인 측면에서의 영리함도 작품 자체의 질적 완성도가 높지 못하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이 작품은 MBC가 어떻게든 성공을 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음을 보여준다. 자사 최초로 금토 드라마를 신설했고 2018년 드라마 극본공모 장려상 수상작을 택했다. 여기에 MBC와 웨이브가 15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최근 연달아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스토브리그>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남궁민을 주연으로 택했다는 점 역시 포인트다.

남궁민은 소위 말하는 한류스타가 아니다. 때문에 대작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지는 못했던 배우다. 허나 연기력 하나만큼은 브라운관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배우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건 물론 배역진에 힘을 쏟기 보다는 작품의 규모와 액션의 표현에 자금력을 투자하며 질적인 측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이 좋으면 알아서 사람들이 찾는다는 OTT가 보여준 미덕을 따르는 것이다.

MBC ‘검은 태양’

4화까지 방영된 <검은 태양>은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국정원 현장요원 에이스 한지혁이 음모에 빠져 동료들을 잃고 1년간의 기억을 잃은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중국에서의 임무 실패가 국정원 내부의 배신자 때문임을 아는 한지혁은 스스로 기억을 지우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다시 요원이 된다. 작품은 한지혁을 중심으로 국정원 내부의 암투와 중국 조직과 연관된 거대한 음모를 그린다.

남궁민은 현장요원 에이스인 한지혁을 연기하기 위해 말 그대로 인간병기로 탈바꿈했다. 벌크업을 통해 몸을 최대치로 키우며 강인한 액션을 선보인다. 1화 충격적인 등장장면부터 인상을 남기더니 3화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길이 남을 강렬한 맨몸 액션을 선보였다. 여기에 매 화마다 긴박감 넘치는 액션 또는 추격전과 결말부 반전을 통해 극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액션의 표현 역시 피칠갑에 신체훼손을 통해 다소 높은 수위로 쾌감을 자아낸다.

전국 시청률 9.8%를 기록하며 근래 M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 작품은 지상파가 각을 잡고 드라마를 만들면 높은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상파는 스스로를 얽매게 만드는 요소를 지니고 있었으며 창작자의 자유와 작품의 질적 향상에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때문에 매체의 다변화와 OTT 시장의 비대한 성장으로 점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검은 태양>은 지상파와 OTT와의 연계를 통해 화제성을 이끌어내며 윈-윈 할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각 잡고 장르물을 만들면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 역시 확인시켜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화제성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거의 없는 지상파 드라마의 또 다른 약점인 용두사미의 구성을 극복해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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