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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곡선과 직선의 조화, 그리고 ‘전주 돔’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면 돔 형태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볼 수 있는 이곳은 개막 및 폐막식 등을 진행하는 행사장이며 영화도 함께 상영한다. 일반 상영관보다 넓고, 영화제의 열기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에 앞서 공간에 관해 말한 건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돔에서 관람할 때 가졌던 느낌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를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었다. 영화제가 이미 끝나버린 시점이지만, 그 이유를 기록해두려 한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샷

 

루저들이 찾은 수영장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남자들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대회 도전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일본 영화 <워터보이즈>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팀원은 훨씬 나이가 많다. 이미 꿈이라는 걸 가졌던 시기는 훌쩍 지났고, 그걸 이루지 못해 사회에서 낙오한 이들의 소동극이라 할 수 있다. 백수, 다혈질, 파산 직전 사장 등 각종 루저를 화면에 담으며,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실패의 형태를 펼쳐뒀다.

이들은 싱크로나이즈를 배우고 있지만, 기량을 쌓는 것엔 큰 관심이 없다. 그저 한곳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만족한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품어줄 곳은 이 수영장밖에 없었고, 아웃사이더들은 그 물속에 쌓였던 응어리를 다 분출하며 삶의 동력을 얻는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으려 싱크로나이즈를 배우고 있었다.

‘물’은 영화에서 다양한 의미를 상징한다. 생명, 탄생, 죽음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고는 한다. <수영장에 간 남자들>의 물은 처음엔 도피처로 작동하는데, 이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도피를 위해 찾았던 수영장과 유사한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이 도피처가 싱크로나이즈 대회 출전을 통해 무언가 꿈틀거리는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물의 의미 변화와 함께 인물들의 표정과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샷


사각형과 원의 대립

시작과 함께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세상을 ‘원’과 ‘사각형’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네모가 원에 들어갈 수 없듯, 이 두 타입은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는 사회의 제도를 네모로, 주인공 집단은 원으로 표현하며 그들이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런 원에게 네모난 세상이 던지는 적대적이고 편견 어린 시선을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와 개인의 대립과 갈등을 사각형과 원이 조합된 미장센으로 표현한 게 돋보인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인물을 사각형이나 원 안에 배치한 샷을 통해 그들의 상황을 묘사해뒀다. 그러면서 사회와 아웃사이더들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사실, 네모난 수영장에 주인공을 몰아넣을 때부터 이 영화는 사회와 인간,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과 갈등을 예고한다. 그렇게 사회에서 고립된 인물들의 고민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샷


익숙한 구도
, 건조한 연출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오합지졸들이 하나의 팀이 되고, 그들의 도전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화의 일반적인 구조를 가졌다. 국내 관객에겐 <국가대표> 등의 영화가 겹쳐 보일 수 있다. 국내 영화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건조하고 절제된 연출이다. 감동을 쥐어짜기보다는 카메라가 인물의 삶을 관조하듯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여기에 냉소 섞인 유머가 더해져 극을 풍성하게 한다.

이 네모와 원의 기묘한 조화를 직각과 곡선이 절묘하게 섞인 돔 상영관에서 본다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 영화와 닮은 공간에서 수백 명과 함께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관객들은 다 같이 루저들을 응원하면서 이어졌고, 훈훈한 기운이 돔 안에서 공명하고 있었다. ‘전주의 돔에 간 사람들’ 덕에 <수영장에 간 남자들>은 그렇게 조금 더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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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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