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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21] ‘행복의 나라로’ 스크린으로 퍼지는 따스한 정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는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6년 만의 신작이다. 제73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네 번째 영화면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놀라운 특징은 과거 선보였던 임상수 감독의 영화들과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점이다.

돈을 좇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으나 순하고 따스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황스럽기는 하나 환영할만하다. 촌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영화의 선한 영향력이 느껴지는 호감이 크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 가고 싶은 장소 등 해야 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임상수 감독은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지인의 죽음으로 자기 죽음까지도 생각해 봤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감독의 역량과 최민식 박해일 두 배우의 남남 케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입가에 미소를 품게 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두 주연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었지만 오래된 연인처럼 손과 발이 맞아떨어지는 호흡을 자랑했다. 두 남성의 버디, 로드무비와 부성애가 포인트다. 임상수답지 않는 반전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두 주인공은 시한부다. 오랜 복역수인 죄수번호 203 (최민식)은 시간이 없다. 희귀 난치병으로 비싼 약값을 치러야 살 수 있는 남식(박해일)은 돈이 없다. 서로 다른 두 남자는 돈과 한정된 시간이 생기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203의 바람은 출소해 딸을 만나는 것뿐이다. 하지만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고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감옥에서 아까운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검사 받으러 간 병원에서 탈옥을 결심한다.

그 시각 병원 약을 훔쳐 자기 약값을 대든 남식은 절도 현장을 들켜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두 사람은 고위층의 검은 돈을 훔쳐 달아나게 된다. 그 돈의 출처는 윤여사라(윤여정)불리는 권력층의 것이었고 이를 쫓는 하수인과 경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최민식과 박해일의 빛나는 열연

그밖에 윤여사의 하수인으로 등장하는 조한철, 임성재, 이엘 등 배우의 호연이 빛난다. 누구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특히 이엘을 활용해 늘어지는 서사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작용한 영리함도 돋보인다. 주인공은 두 남성이지만 상류계층, 순경, 경찰서장, 딸 등 흔히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캐릭터에 여성을 배치해 안정적인 균형을 맞추었다.

임상수 감독과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등으로 인연이 있는 윤여정 배우가 신스틸러로 등장한다. 검은돈의 주인이자 욕망의 화신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악착같고 집요하게 돈의 행방을 쫓는 인물로 완성했다. 영화 내내 짙은 화장과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며 누워만 있는데도 부패한 권력의 냄새가 전해진다. 마치 <돈의 맛>의 백금옥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영화의 스타일은 순해졌지만 돈과 욕망에 대한 메타포는 여전하다. 돈이 있지만 쓸 줄 모르는 두 사람은 엉뚱한 곳까지 돈을 쓰면서 희열을 느낀다. 돈만 있으면 뭐든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돈이 생겨버리니 쓸 수 없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커진다.

돈은 일종의 맥거핀으로 볼 수 있다. 모두가 돈을 원했지만 정작 돈다발은 누가 차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두 사람은 203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길을 나선다. 쫓는 하수인들과 경찰들 때문에 좌충우돌 사건사고를 겪지만 203이 원했던 딸과의 조우와 바다를 보고 싶다는 희망까지 전한다. <델마와 루이스>,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두 사람의 동행에 자꾸만 행복을 되묻게된다. 당신이 꿈꿔온 행복의 나라는 어디냐고 말이다. 정답을 빨리 찾는 자만이 인생의 진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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