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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공항에서 떠나는 가상현실 여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6년째 가상현실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제 개막식에 앞선 7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확장현실(XR) 부문 ‘비욘드 리얼리티’ 체험 전시를 연다.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가 추구하는 가상 현실은 ‘가짜’라는 컨셉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 현실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일말의 노력 중 하나다.

지난 1년 반여 동안 팬데믹으로 격변한 세상은 마치 가상현실처럼 실감 나지 않는 미래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기바빴다. 비대면이 익숙해지면서 컴퓨터와 모바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고, 낯설었던 개념이 점차 일상생활로 자리 잡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기면서 뉴노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가변성을 얻게 되었다. 현재가 곧 미래가 되고 과거가 되는 격변의 시대에 놓여있으며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날로 모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때보다 현실과 가상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과도기라 할 수 있는 때, 비욘드 리얼리티 전시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공항에서 떠나는 가상현실 여행

XR 이란 eXtended Reality의 약자로 ‘확장현실’을 말한다. 수학의 변수인 ‘X’를 이용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대체현실(SR) 등의 개념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기술과 콘셉트의 발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모든 콘텐츠 영역을 포괄하는 정의로 불린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 쉽지 않은 요즘. 떠나고 돌아오는 게이트라 할 수 있는 특수한 공간 ‘공항’에서 공감각적인 체험은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올해는 가상현실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바오밥 스튜디오(Baobab Studios)’ 의 주요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감상할 수 있다. <종이 새>, <나무>, <바바 야가>, <크로우>, <캠프 볼> 등 5편은 특별전 형태로 소개한다.

더불어 7월 6일부터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최 기간에 맞춰 ‘XR3’의 전시가 영화제 기간 중 관객들을 맞는다. XR3는 칸국제영화제 XR과 뉴이미지영화제 등이 공동 기획한 세계적인 프로그램이다. 독특한 점은 초청 작품을 공식 플랫폼 MOR(Museum of Other Realities)에 전시되며, XR 장비를 통해 국제 영화제에 참가한 것 같은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오페라>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최종 작품 후보까지 올랐던 에릭 오 감독의 <나무>도 주목할 만하다. 할아버지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헌정하는 작품으로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의 여정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형식이다. 한 남성이 그림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이내 사랑하는 여성을 만나지만 헤어지고 좌절하는 고통을 겪고 이내 성장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일에 바빠 그림을 놓았다가 노인이 되어 다시 좋아하는 그림을 시작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순간을 박제한 듯한 파스텔 톤의 영상과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 부드러운 작화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정치적 요소와 결합한 색다른 콘텐츠

영화 <동두천> 스틸컷

그밖에 비욘드 리얼리티 공식 선정작 중 2017년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상을 받은 김진아 감독의 <동두천>과 신작 <소요산>을 놓쳐서는 안 된다. 미군 위안부 VR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동두천>은 1992년 주한미군에 의해 기지촌 성 노동자 여성이 처참히 살해된 실제 사건에 기반했다. 여성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어둡고 인적 드문 골목을 걸어갈 때의 공포가 엄습해 오며 고통스럽게 전개된다.

주인공인 여성은 동두천 미군 기지의 성 노동자로서 을씨년스럽고 키치스러운 분위기로 관객을 안내한다. 마치 말을 걸어오듯 사연 있는 눈빛과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하며 낮에서 밤이 된 동두천의 거리를 배회한다. 이내 쪽방으로 시점은 옮겨오고 널브러진 담요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여성의 죽음을 전지적 시점으로 관찰하게 한다. 관객은 미군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여성의 목격자로서 VR을 끼고 그 현장에 있는 듯 공포감과 슬픔을 몰입하게 된다. 처참하게 살해된 여성의 마지막 순간을 재현한 끔찍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동반한다.

영화 <소요산> 스틸컷

<소요산>은 1960년 대 초 미군 기지에서 성병이 돌자 그 원인을 직업여성에게 돌려 그들을 강제 수용한 몽키하우스를 조명한다. 몽키하우스란 성병에 감염되었다고 추정되는 여성을 고립시키고 치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미군의 의약기술과 인력으로 운영한 감옥의 별칭이다. 당시 보건소는 기지촌 여성들을 주 2회 검진했는데 검진에서 떨어진 낙점자가 바로 몽키하우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곳에 들어온 여성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었고 절대 나갈 수 없었다. 아마도 죽거나 완치되어야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탈출하기 위해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여성들도 많았다. 영화는 방, 화장실, 치료실 등을 보여주며 기묘한 폐가가 되어버린 몽키하우스를 천천히 훑는다.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한 여성의 복잡한 표정, 구슬픈 울음소리, 시끄러운 빗소리가 인상적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비욘드 리얼리티는 7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 영화제 개막보다 일주일 앞서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에서 전시 및 체험이 가능하다. 보는 영화에서 체험하는 영화로의 진화인 비욘드 리얼리티만의 색깔이 반영된 양질의 라인업 80여 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작품의 재미와 학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력과 과거, 현재, 미래로 떠나는 여행을 무료로 떠날 수 있는 기회다.

단, 코로나19 방역 관련하여 동시간대 관람객은 최대 30명으로 제한 운영한다. 방역 프로세스 준수 및 안전한 전시를 위해 사전 예약은 필수다. 현장에서도 섹션 시작 시간까지 예약은 가능하며 예약 링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해야 참여가 가능하다. 사전 예약은 홈페이지 https://beyondreality.bifan.kr/reservations 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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