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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연 감독, 그가 선보인 한국판 ‘불의 전차’

<1947 보스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제규는 한국영화계의 전성기를 연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를 성공시키며 장르적인 저변을 확장시켰고, <쉬리>는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태극기 휘날리며>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영화계의 거목과도 같았던 그는 2011년 <마이웨이>의 흥행실패와 제작에 참여한 작품들이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며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의 신작 <1947 보스톤>은 올 추석영화 BIG4 대열에 합류하며 흥행감독으로 강제규의 부활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한국판 <불의 전차>를 꿈꾸는 이 영화는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의 실화를 담았다. 작품은 소재에서 오는 두 가지 불안요소를 감추기 위한 시도와 함께 두 남자의 인생을 건 레이스를 내세운 <불의 전차>의 재미요소를 투영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작품은 공통적으로 지루함을 수반할 수 있다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 해당 종목을 즐기는 관객이 아니라면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라톤의 경우 경기 자체에 집중하면 이 지루함이 배가될 수 있는 독을 품고 있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는 건 민족의 아픔과 정체성을 찾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다. <1947 보스톤> 역시 <불의 전차>처럼 두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은 한국인 운동선수 최초 올림픽을 제패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허나 그에게는 이 기록이 아픔으로 여겨진다. 일제강점기였기에 조국의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뛰었기 때문이다. 단상에 오른 그는 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린 일로 인해 다시는 마라톤 선수로 활동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되며 운동선수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때의 한이 남은 그는 광복 후 런던 올림픽에 지도자로 참여하고자 한다.

이 손기정과 얽히는 인물이 육상 꿈나무 서윤복이다. 스스로 이룬 독립이 아니었기에 대한민국은 미군정이 들어선 난민국가로 당시 분류가 되었다. 국민 모두가 가난에 시달렸고 서윤복도 예외는 아니었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꿈보다 국가보다 돈이 우선인 그는 기정과 갈등을 겪는다. 두 사람의 갈등이 흥미로운 점은 민족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절묘하게 엮어놨다는 점이다. 미시사와 거시사의 시점으로 동시에 역사를 바라본다.

태극기를 달고 뛰지 못한 기정의 한은 독립을 열망했던 민족의 한과 연결된다. 태극기를 달고 뛰는 윤복은 민족의 정체성 회복과 동시에 마라토너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일맥상통 한다. 때문에 클라이맥스인 보스톤 마라톤 대회의 하트브레이커 언덕과 윤복이 어린 시절 잿밥을 훔쳐 먹기 위해 달렸던 무악재 고개를 연결한다.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민족의 역사로 끌어올리는 연출적인 확장을 통해 신파를 최소화 한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민족, 얼, 스포츠 등의 요소에서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요소는 신파다. 소위 ‘국뽕’에 수반되는 이 신파라는 감정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인물이 강제규였다. 강우석, 곽경택 등 함께 한국영화계를 이끌어 온 감독들이 겪은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스포츠 장르의 지루함, 민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의 신파라는 두 가지 불안요소를 희석하기 위해 노력한 점만으로 성공적인 재기를 위한 그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깔끔한 기승전결을 이루며 몰입을 주는 스토리는 상업영화로의 이점이다. 기정과 윤복이 충돌을 겪는 기-이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다룬 승-보스톤에서 대회 출전까지 힘겨운 역경을 담은 전-마라톤 대회의 클라이맥스가 돋보이는 결까지 탄탄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클라이맥스 하트브레이커 언덕 장면은 왜 강제규가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불렸는지 그 연출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는 광복 후 태극기를 달고 우승한 첫 국제 스포츠 대회다. 이 가슴 뛰는 역사를 많은 이들이 경험하게 만들기 위해 상업영화로 높은 만족도를 자아내고자 시도한다. 상업영화로 깔끔함에 집중한 점은 인상적이지만, 덜어낸 신파요소가 감동의 깊이도 함께 감소시킨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의 진득한 여운보다는 단거리 달리기의 인상이 더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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