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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타] 화려함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알리타’의 CG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의 예고편 공개 이후, 사람 같으면서도 CG스러운 ‘알리타’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참신한 시각적 이미지 구현을 주도하고 있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 여기에 <반지의 제왕>, <킹콩>,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 팀이 더해져, <알리타>는 환상적인 비주얼을 보장한다. 덕분에 <알리타>는 황홀한 이미지를 선물하고, 넷플릭스의 시대에 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처음엔 이 CG가 기술의 전시와 과시를 위한 선택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영화 관람 후엔 이 기술이 <알리타>에 꼭 필요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리타>의 비주얼이 특별하다는 건 영화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인지할 수 있다. 26세기의 먼 미래, 사이보그와 인류가 공존하는 세상의 독특한 룩과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세련되고 화려한 CG의 질감이 꼭 필요했다. 최초에 연출을 맡고자 했던 제임스 카메론이 600여 장의 분량에 달하는 세계관 설정집을 써뒀을 정도로 꼼꼼히 준비해 뒀기에, 이를 완벽하게 구현할 기술이 없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프로젝트다. 그 덕에 <알리타>의 배경과 기계와 인간 어디쯤 있는 ‘알리타’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만 해도 흥미로운 영화다.

이런 미래 세계의 구현만큼 화제가 된 건 실제 배우와 똑 닮은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 낸 기술이다. 웨타 디지털 팀에 따르면, <알리타>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기술은 배우가 착용한 수트의 마커 및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동시에 캡처한다. 배우는 블루 스크린이라는 제약 없이 움직이며 연기할 수 있고, 카메라는 더 실감 나는 표정과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에서 나온 데이터로 배우와 같은 디지털 모델 ‘액션 퍼펫’인데, 이렇게 여태 본 적 없던 생생한 느낌의 CG 캐릭터 ‘알리타’가 탄생했다.


웨타 팀은 로사 살라자르의 거의 모든 것을 알리타에 이식했다. 수백 개의 표정, 치아와 잇몸 등이 포함된 이목구비, 피부의 모공, 그리고 머리카락 재질까지 최대한 로사 살라자르와 근접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10만 개에 달하는 머리카락을 한 가닥씩 실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는 부분에선 장인 정신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실사 영화와 CG 캐릭터 사이의 이질감을 줄이고자 했던 노력의 결정체를 <알리타>의 러닝 타임 내내 확인할 수 있고, 이 캐릭터가 디지털 이미지라는 걸 알고 보면 머리카락의 움직임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이다.

‘알리타’를 구현한 기술은 이 영화의 세계관과 주제, 더불어 문제의식을 모두 안고 있다. 사이보그의 정의는 ‘생물 본래의 기관과 같은 기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기계 장치를 이식한 결합체’인데,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도 인간과 CG가 조합된 기묘한 이미지로 스크린에 서 있다. 인간(진짜)과 기계(가짜)가 조합된 사이보그처럼, 알리타도 인간(진짜) CG(가짜)가 조합된 기이한 조합물이다. 그래서 ‘알리타’란 존재의 구현 자체에 <알리타>의 세계관이 겹쳐 보인다.


이 기술을 스크린 너머에서 마주하는 관객이 느끼는 신비한 감정이 미지의 26세기를 상상할 때의 느낌과 닿아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관객은 알리타가 가지는 정체성에 관한 고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그녀가 자신의 인간성에 관해 고민했듯,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알리타는 배우입니까? 아니면, 0과 1이 조합된 데이터의 부산물입니까?” 이렇게 캐릭터를 구현한 기술과 영화 내부의 고민을 함께 풀어내기에도 최첨단 CG는 적절한 도구였다.

여기에 <알리타>의 화려한 액션은 CG가 아니면 그 느낌을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영화엔 ‘기갑술’이라는 전투 기술의 민첩함과 타격감이 시원스럽게 연출되어 있다. 원작 <총몽>의 감성이 전혀 유치하지 않게 실사화되었고, 오히려 더 세련된 인상을 풍기기도한다. 또한 ‘모터볼’이라는 속도감 넘치는 스포츠가 더해져 재미를 극대화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가장 공들인 이 스포츠는 막혀있던 걸 뚫어주는 화끈한 액션을 선사한다. 이런 연출들을 종합하면, 왜 <알리타>의 부제가 ‘배틀 엔젤’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제임스 카메론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한 거장의 스펙터클이라는 외형에 한 거장의 스타일리시한 액션 DNA가 더해져 <알리타>는 에너지 넘치는 영화가 되었다.


<알리타>는 영화 속 사이보그처럼 여러 요소가 조합되어 만든 시너지가 유독 빛난다. 알리타라는 캐릭터가 그랬고, 이 영화에서 만난 제임스 카메론과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그랬다. 이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영상미는 <아바타> 이후 또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알리타>는 정말 값비싸면서도 재미있는 장난감을 손에 쥐었을 때의 감흥을 맛볼 수 있는 영화인데, 반드시 I MAX로 이를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처음엔 과시로 보였던 CG의 과잉은 이 글에서 말했듯, <알리타>가 보여줘야 할 미래의 이미지와 세계관 고민을 위해서 꼭 필요했던 요소였다. 기술이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이상적인 만남이었다. 영화의 끝에 후속편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지만, 더 크게는 이런 의문을 가져야 한다. <알리타>의 기술력을 넘어, CG가 현실의 질감과 배우의 표정까지 대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의 영화가 설 자리가 있을까. 그 시대에 ‘시네마’란 무엇일까. 어쩌면, <알리타>는 영화의 디스토피아를 먼저 보여준 소름 돋는 청사진일지도 모르겠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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