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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메뉴> 180만 원짜리 코스 요리 먹다가 체할 뻔한 12명의 손님

워런 버핏과의 점심에 기꺼이 돈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홍보 효과, 주식 정보, 기부 활동, 어쩌면 과시욕일 거다. 그와의 점심은 최고급 요리를 제공받기보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해마다 그 가격은 갱신되고 있다. 당신이 부자라면 그와의 점심 식사 시간에 기꺼이 천문학적인 돈을 쓸 수 있겠는가?

180만 원 하는 식사에 초대된 12명의 손님

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최고급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외딴섬에 모인 손님들. 돈과 명예를 과시하며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는 미식가인 타일러(니콜라스 홀트)의 파트너가 되어 디너 가격 180만 원인 12명만의 특별한 초대를 함께한다.

엄격한 규율과 최고의 요리사로 구성된 호손 레스토랑으로 떠난 12명의 손님은 셰프 슬로윅(랄프 파인즈)의 지시에 따라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코스에 환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고 계획된 살 떨리는 초대임이 밝혀진다.

레스토랑에 있는 사람들은 비호감이 과장된 부류다. 이로 인한 식당은 불쾌함과 불편함이 짙어진다.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도 가시방석에서 먹는다면 체하기 마련이다. 영화는 그 지점을 명확하게 잡아내 전달한다.

장엄한 오페라를 먹은 느낌

<더 메뉴>는 잘 차려진 코스에 정확한 계획에 맞춰진 한 편의 오페라 같은 영화다. 욕망에 취한 사람들과 폐쇄적 공간에서 숨 막힐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대본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는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보고 나면 개운함이 느껴지는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한다. 다양한 분야의 인간 군상이 등장하지만 튀는 사람 없이 융화된다.

코스 요리는 각각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다. 여러 에피소드를 담은 요리는 12명의 손님과 연결되어 있다. 집착, 갑질, 과시, 위선으로 변질된 현대인을 과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첫번째는 계급 역사라며 빵 없는 식전 메뉴로 시작한다. 우리로 치면 국, 밥 없이 먹으라는 건데,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 아우성이 우스꽝스럽다. 빵이 대체 뭐라고 치졸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돈을 더 줄 테니 몰래 빵을 달라거나, 사회적 지위와 인기를 이용해 협박까지 불사한다.

영화는 유일하게 달라 보이는 손님이자 관찰자인 마고의 시선으로 관통하고 있다. 마고로 인해 균열이 시작되며 엉망이 되어간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때문에 완벽한 계획의 티끌, 판을 뒤집을 복병이다.

감히 손님을 비웃는 요리는 점차 도를 넘어선다. 피 튀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장난이 도를 넘어선다. 클레임을 걸어도 소용없다. 죽기 전에 이 섬을 탈출하지 못할 거란 불안감도 감돈다. 완벽한 스토리와 맛, 분위기로 치달을수록 위험해지는 요리는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이다.

현대인을 향한 신랄한 비판

<더 메뉴>는 전 세계적인 파인 다이닝 문화를 소재로 삼으며 위트와 풍자를 적절히 섞어 낸다. 최고급 외식 문화로 자리 잡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핫한 경험이다. 홍보마케팅은 일절하지 않으며 오롯이 최상위 재료와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생소함, 높은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철저한 고급화 전략으로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는 이 문화를 자세히 담아내면서도 심도있게 비판한다.

이를 예술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배우의 협업이라 가능했다.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라스 홀트로 구성된 삼각 배우진은 튼튼한 균형을 이루며 완성도를 높인다. 리더이자 중심인 셰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잡음과 이탈음을 말씀하게 해결하고 장대하게 마무리한다. 단언컨대, 영화를 본 후 안도의 치즈버거가 반드시 먹고 싶어질 거다. 영혼까지 갈아 넣은 치즈 버거 한 입 베어 물면, 영화적 화룡점정은 완성된다.

한편, 감독 ‘마크 미로드’는 [왕좌의 게임], [석세션] 시즌2의 연출자로 시리즈의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통해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며 예상치 못한 치밀한 전개와 날 선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감독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어떤 이야기로 상대의 허를 찌를 것인지 기다리는 마음에 즐거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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