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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한땀 한땀이 손으로 만든 피땀눈물

대한민국은 애니메이션 불모지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만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려 쉽지 않은 도전이라 불린다. 때문에 긴 시간 동안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의 탄생이 반가울 따름이다. 아직도 스톱모션의 매력을 고수하고 있는 감독이 있다는데 경의를 표한다.

영화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툰드라에 사는 소수 부족의 소녀 그리샤의 성장과 모험을 가족애(愛)와 환경문제를 엮어 풀어냈다. 땅의 주인이 있다고 믿고 숲의 정령을 신성시하는 부족의 샤머니즘과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이 낯설지만 눈부시다. 가진 것에 감사하며 소소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사랑이 보편적인 메시지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자연을 벗 삼아 나누며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던 그리샤 가족. 어느 날 건강하던 엄마가 쓰러지자 가족의 근심이 커진다. 병원이 없기 때문에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도시로 나가야 하는데 원인 모를 병은 깊어지기만 해 큰일이다.

그러던 중 전설 속의 붉은 눈의 곰을 직접 보게 되는 그리샤는 샤먼 할머니가 해준 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북극성을 따라 땅의 끝에 다다르면 숲의 주인인 붉은 곰에게 치유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엄마를 살려야 했던 부녀는 각기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아빠는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라며 도시에 약을 구하러 떠났고, 그리샤는 희망을 좇아가기로 결심한다. 거친 눈보라와 늑대의 위협적 공격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붉은 곰과 만나 장엄한 기운을 전달받는다.

희망을 꿈꾸면 현실이 된다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스틸컷

영화는 3D 이펙트를 최소화하고 3년 3개월이란 시간 동안 100% 핸드메이드로 인형과 세트를 제작해 한 프레임씩 움직여서 만들었다. 36명의 제작진이 22개 인형으로 완성했다. 한국 최초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1967), 두 번째 <콩쥐팥쥐>(1977) 년 이후 45년 만에 제작된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 의미가 크다.

툰드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옮기기 위해 SBS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장경수 CP의 자문해 완성했다. 경외의 대상을 향한 존경을 담아 성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신비로운 툰드라의 오로라, 설원, 숲이 눈이 아리도록 아름답게 화면을 메운다. 대자연과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인형에서 깃들어 생동감을 배가 시킨다. 사반세기 가깝게 꺼져버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잇는 가냘픈 희망과 그리샤와 붉은 곰의 소망이 맞닿아 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자 한 결의에 찬 의지가 전해진다.

인류와 환경 공존의 메시지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자연 앞에서 티끌만도 못한 존재의 깨달음과 동시에 포괄적 주제도 드러낸다. 땅에 깃발을 꽂으며 정복하고 마음대로 나눠도 된다고 믿는 오만함의 지적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예이츠 부족의 소녀 그리샤를 따라 69분간 환상의 땅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툰드라의 위기도 깨닫게 된다. 또렷한 자연과의 공존이 그리샤의 모험과 성장으로 그려진다.

자연과의 교감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 놓치고 있는 결핍 중 하나다. 일상에서 먼 곳, 낯선 문화를 들여다보며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퉁탕대는 남매가 모험을 떠나는 서사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흐뭇함도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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