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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영화에서 비린내 나요

Halle Bailey as Ariel in Disney’s live-action THE LITTLE MERMAID. Photo courtesy of Disney. © 2022 Disney Enterprises, Inc. All Rights Reserved.

디즈니의 자사 클래식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단연 ‘인어공주’일 것이다. 이 작품은 공개 전부터 주인공 에리얼 캐릭터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종을 바꾼 건 물론 디즈니 공주 역사상 가장 아름답다고 불리는 에리얼에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논란이 디즈니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웠을지 모른다.

앞서 ‘피노키오’와 ‘피터팬 & 웬디’가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큰 화제성을 일으키지 못했다. 흑인 인어공주가 불 지핀 논란은 높은 관심을 불러왔고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여론을 반전시키며 기막힌 반전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그럴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우려했던 요소들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에 더해 단점을 부각시키는 실사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어공주’의 첫 예고편 공개부터 생각해 보자. 당시 다수의 네티즌들은 극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는 점을 지적했다. 극중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가 지닌 귀여운 매력이 돋보이는 지점은 밝은 분위기의 뮤지컬 장면에서이다. ‘인어공주’를 상징하는 OST ‘Under The Sea’가 나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색체가 어둡다 보니 주인공의 이미지가 지닌 단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Halle Bailey as Ariel in Disney’s live-action THE LITTLE MERMAID. Photo courtesy of Disney. © 2023 Disney Enterprises, Inc. All Rights Reserved.

해저 왕국 아틀란티카에 대한 묘사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디즈니의 자금력이 돋보이는 CG효과는 인상적이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표현에 거부감이 들게 만든다. 감초 세바스찬을 비롯해 에리얼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스커틀과 플라운더의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거부감이 든다. 원작부터 심해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사화가 되었을 때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그대로 담아내며 과정에서의 노력을 게을리 했다.

일본 실사 영화가 욕을 먹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질감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해서 나타나는 코스프레 느낌 때문이다. ‘인어공주’는 이 코스프레 느낌은 없지만 흑인 인어공주를 내세웠고 심해를 배경으로 한 만큼 단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보완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질감이 도드라지게 나쁜 장면에서는 횟집의 수조에서 느껴질 법한 비린내가 스크린에서 진동하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아쉬운 실사화는 롭 마샬 감독과도 연관되어 있다. ‘시카고’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은 그는 디즈니의 전속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다만 디즈니 아래에서 높은 만족도의 작품을 선보인 적이 없다. 화려한 장면을 살려내는 뮤지컬 장르에서의 장점은 확실하나 연출적인 센스나 시나리오의 표현력에 있어 아쉬운 평가를 받아왔다. ‘인어공주’ 역시 마찬가지다. 순간의 번뜩이는 장면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경험을 선사하지 못한다.

(L-R): Jonah Hauer-King as Prince Eric and Halle Bailey as Ariel in Disney’s live-action THE LITTLE MERMAID. Photo courtesy of Disney. © 2023 Disney Enterprises, Inc. All Rights Reserved.

스튜디오의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성향 역시 작품에 독이 되었다고 본다. 흑인 인어공주와 클래식 애니메이션, 디즈니가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PC의 가치를 잘 섞어 맛있는 요리로 만들기보다는 섞기만 했다. 각자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걸 고려하지 않고 한 그릇에 넣고 비비기만 했으니 고유의 맛도, 새로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코와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맛만 날 뿐이다.

디즈니가 흑인 인어공주를 메인으로 내세웠다면 이를 통해 관객들을 홀릴 방법을 고안해 냈어야 한다. 시도만으로 높은 점수를 바라는 건 생떼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동화 원작이 지닌 환상성과 공주와 왕자 사이의 로맨스에서 느껴지는 설레는 감정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면서 무엇을 위한 실사화인지 알 수 없는 방향성을 보여줬다. 특정한 가치의 추구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눈에 더 들어오는 건 디즈니 코리아의 마케팅이다. 누가 맡았어도 그 자체로 큰 화제를 모았을 에리얼을 연기한 배우 대신에 성우를 담당한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흥행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캐릭터 인지도가 떨어지는 애니메이션이 스타 배우나 아이돌의 더빙을 내세워 하는 홍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자아내는 ‘인어공주’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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