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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꾸정> 압구정 성형외과의 흑역사 재현

<압꾸정>은 오랜만에 핵주먹이 아닌 마블리로 돌아온 마동석의 입담이 살아 있는 영화다. “형만 믿어. 뭔 말인지 알지?”라는 시그니처 대사가 인상적이다. <범죄도시>의 거친 이미지를 버리고 차별화를 위해 <굿바이 싱글> 이후 가장 많은 옷을 갈아입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아는 지인을 모델로 한 ‘대국’이란 캐릭터는 압구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자, 넓은 인맥의 소유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잊을 수 없는 외형을 선보인다. 오렌지색 탈색 머리에 현란한 패션 스타일, 화룡점정의 선글라스까지. 압구정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는 남다른 존재감을 풍긴다.

떼 돈 벌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정확한 직업은 알 수 없으나 압구정 일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대국(마동석)은 과거 잘 나갔지만 지금은 의사 면허 정지 후 병원도 뺏기고, 대리 수술로 먹고사는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 만나게 된다.

지우는 억울함 품고 압구정을 떠나지 못한 채 다시 일어서려는 꿈을 품고 있었다. 이를 한눈에 알아본 대국은 자신의 욕망에 도움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에 차 큰 도움을 주게 된다. 대국은 압구정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자 추진력 하나는 대한민국 1등이지만, 주변의 은근한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수완이 있어도 귀담아듣는 사람 하나 없다. 그저 큰돈 벌려고 참견하는 오지라퍼로 불린다.

그러던 중 드디어 일생일대의 사업을 꿈꾸게 된다. 오래전 실패를 방패 삼고 억눌린 욕망을 발현할 기폭제, 즉 ‘사람’을 이용하면서 성공할 기회를 엿보게 된다.

한편, 대국의 꿈을 위해 지우의 수술 실력, 오랜 마담뚜의 인맥과 정보력을 갖춘 미정(오나라), 자본력을 지닌 조폭 출신 큰손 태천(최병모)과 고위직을 관리하고 있는 규옥(오연서)까지. 압구정 어벤져스를 한데 모으게 된다. 이로써 압구정 성형외과의 중심을 넘어 아시아의 K뷰티 신화를 쓰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과연, 그들은 압구정 성형외과의 랜드마크 건물을 세울 수 있을까?

압구정 성형외과의 흑역사 재현

영화는 2007년을 배경으로 현 대한민국 성형 시스템의 시작을 한눈에 바라보게 한다. 당시 외모를 가꾸고 패션에 남다른 주관을 가진 젊은 층은 압구정으로 모여들었다. 부와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추구하려 사람들도 한몫했다. 이 열기를 놓치지 않고 압구정 거리에는 성형외과 간판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업형 성형외과의 설립이다. 입소문으로 손님을 유치하던 병원에서 의사의 얼굴과 실력을 전적으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펼쳤다. 지금의 학원가 일타강사처럼 스타 의사가 탄생하게 되었고, 해외 관광객까지 몰려드는 대한민국 뷰티산업의 시초가 되었다.

무료 시술을 조건으로 성형 전후 모습을 공개하고, 눈과 코를 세트로 하면 할인해 주는 패키지 상품이 등장했다. 해외 고객 입국부터 시술 이후 관광 서비스까지 풀코스로 모시는 원정 성형을 만들었고, 성형으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성형 방송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VIP 전용 에스테틱 숍에서만 유통되었다는 우유주사(프로포폴)는 15년 전 압구정 성형의 흑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든다.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해..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남을 속이지 않으면 내가 당하고야 마는 잔인한 생존 법칙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의 눈치 싸움은 위험한 범죄가 되고,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거대한 용광로가 된 압구정의 특수성이 잘 구현되어 있다.

그라나, 블랙코미디로 살릴 수 있는 소재를 그저 그런 코미디로 처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코믹에 신경 쓰느라 메시지는 속 빈 강정이 되어버렸다. 현란하고 유려한 구강 액션이 펼쳐지나 초반부 자잘한 웃음은 끝까지 유지되지 않는다. 마블리 하나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도 아니다. 특색 있는 캐릭터 간의 케미를 배치했음에도 스토리의 허술함을 메워주지 못한다. 어쩐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웃으라고 부추기지만 피로감이 쌓여가는 아이러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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