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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리차드> 아버지는 말하셨지..다 계획이 있다고

축구선수 박지성의 아버지, 골프선수 박세리의 아버지, 피겨선수 김연아의 어머니의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인 선수의 뒤에는 부모의 헌신이 있었다는 거다. 아들의 기똥찬 계획에 찬사를 보냈던 영화 <기생충>의 아버지와는 너무 다른 믿음과 포부를 가진 사람이 90년대 미국에도 있었다.

너무 영화 같은 실화 이야기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 가량의 챔피언 육성계획을 짠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실화는 영화 같다. 그는 백인 스포츠로 불렸던 테니스 계를 씹어 먹어 버린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의 자매를 정상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정상에 올려놓은 신화는 한국으로 따지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꼴’인 거다. 이 동네는 탈선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마약과 폭력이 대물림되는 곳이었다. 리차드는 동네 백인, KKK, 경찰 등에 시달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내 자식들은 존중받게 해줄 거라며 되새겼다.

리차드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독학으로 테니스 기술을 익히고 노력은 반드시 보상한다는 믿음을 철칙으로 여겼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열악한 테니스장에서 훈련 시켰다. 그의 교육법은 남달랐다. 단호, 결단, 고집, 무모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나쳐 아동학대 신고를 받기도 했다.

누가 봐도 극성인 부모였다. 틈만 나면 유명 코치를 찾아가 내 딸들에게 재능이 있으니 공짜로 맡아달라는 홍보도 쉬지 않았다. 전단지, 셀프 비디오 등으로 다짜고짜 들이대자 문전박대도 여러 번 당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더라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정공법은 역시나 통했다.

불굴의 집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낮에는 아이들 코치로 밤에는 야간 경비로 일하면서도 기술 분석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캘리포니아주 컴튼 출신인 자매는 빈민가 신데렐라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인생 역전에 성공하게 된다.

말이 씨가 된 성공 신화

영화는 기존 스포츠 영화와는 차별화된 전개와 스포츠 영화의 백미인 긴장감의 완급조절이 탁월하다. 한 아버지 (윌 스미스)가 비너스(사니야 시느디)와 세레나(데미 싱글턴)를 가르치고 보호했던 성장 과정을 담았다. 자매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노력과 가족 모두가 똘똘 뭉친 팀플레이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특별한 점은 계획이 있던 아버지는 돈과 명예만 좇지 않았다는 거다. 주니어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자, 여기저기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 경기 출전을 제안하지만 거절하고 3년이나 쉰다. 한창인 선수에게 공백기란 큰 무리수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이전에 바른 인성과 높은 성적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멀리 내다봤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래 아이들처럼 놀기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공에만 집착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수들을 수년간 지켜봐 왔기 때문이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사지로 내몰 수는 없었다.

이 신화에는 킹 리차드도 있었지만 퀸 오라신도 있었다. 아버지만 주역으로 칭송받기에는 부족하다. 돈키호테처럼 뜬구름 잡는 게 아버지라면 그 바람을 현실로 이룬 건 어머니와 가족 모두의 노력이었다. 딸들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생각할 줄 아는 여자’라고 가르친 어머니 오라신(언자누 엘리스)의 활약도 눈부시다. 병원 2교대 근무로 언제나 바빴으며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으로서 성심성의껏 가족을 챙겼다.

<킹 리차드>의 메시지는 흑인, 여성 등 소수자를 대표하는 강인한 정체성일 것이다. 아버지는 ‘너희들은 흑인 소녀를 대표하는 거다’라며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항상 이 말을 잊지 않았다. 너희들이 테니스로 세상을 제패할 것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반복했다. 쉬지도 않고 습관처럼 읊조리던 말은 어느새 씨가 되어 버렸다.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윌리엄스 자매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다. 둘은 정상에 설 수 있었고 아버지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킹 리차드>는 단순히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도, 스포츠 선수의 성공신화를 다루는 영화로도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움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살을 붙인 극적 장치까지 더해지자 캐릭터는 살아 있는 듯 매력적이다. 굳이 감동만 주려고 무리수를 두거나 악인이 등장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히로인은 단연 윌 스미스다. 윌 스미스는 구부정한 어깨, 특유의 제스처, 꽉 끼는 바지, 긴 양말 등 리차드 윌리엄스를 그대로 복사한 듯 싱크로율을 보인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강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그 밖에도 <킹 리차드>는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주제가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영향력을 과시했다. 오는 3월 27일(현지시각)로 다가온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얼마나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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