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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모드] 성스러움과 신성모독 사이에서

영화 <세인트 모드>는 <더 위치>, <유전>, <미드소마>를 제작한 공포영화 명가로 자리잡은 A24의 영화다. 제니퍼 엘과 모르피드 클락 두 배우의 열연으로 종교를 소재로한 심리 공포 영화가 탄생했다. A24의 공포영화들은 눈과 귀를 자극하는 비주얼보다 극한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콘셉트로 유명하다. 화력의 세기를 최대치로 하기보다 은근한 불로 졸여 끓어넘칠 듯 말 듯 한 불안함을 자아내는 공포 영화들이다.

그 명성을 잇는 <세인트 모드>에서는 믿음과 구원이란 주제로 폐부를 찌르는 심리적 압박 상태로 관객을 안내한다. 작가 출신 로즈 글래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2019 토론토영화제에서 공개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종교적 광기 망상인가, 신의 대리인가

독실한 신앙인 모드(모르피드 클락)는 병원을 그만두고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사망하자 다른 환자를 배정받았다. 이름은 아만다 콜(제니퍼 엘). 무용가 겸 안무가였으나 현재는 은퇴해 말기 암 환자 신세다. 그녀의 화려했던 이력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곧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겠다는 모드의 내레이션을 통해 목적의식을 향한 속마음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 아만다를 모드는 정성껏 간병하고 짧은 시간에 그녀와 가까워진다. 아만다는 자신의 치부까지 스스럼없이 돌봐주는 모드를 ‘나의 구원자’라 칭하며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집을 선물한다.

모드는 작품집을 훑어보며 묘한 떨림을 느낀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19세기 활동한 화가로 당대 유행하던 사조가 아닌 마음의 환상을 기초로 그렸다. 괴물이나 악마 같은 형상, 기괴하고 불쾌한 모습으로 그리기를 선호했다. 미치광이 화가로도 불렸는데, 실제 그는 성서 속 예언자, 성령, 천사 등을 실제로 보았다고 주장해 영적으로도 충만한 사람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진짜 본 것인지 환상에 불가한 것인지 진위 여부는 묻어둔 채 매력적인 그림으로 각광받고 있다. 모드는 아만다가 준 그림을 살펴보며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최근 그녀는 큰 트라우마를 겪었으나 종교를 통해 구원받았다. 그 후 세상을 등진 채 극단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몸에는 자해한 흔적이 역력하고, 점점 그 강도는 심해진다. 바닥에 작은 돌 부스러기를 뿌린 후 그 위에서 무릎 꿇어 기도를 시작한다. 손등에 일부러 상처 내거나 신발 깔창에 날카로운 못을 붙인 채 걷는다. 마치 고통을 통해 신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듯 극한 자해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 <세인트 모드> 스틸컷

고통이 모드를 순수함으로 이끄는 반면 화려한 무용수의 삶을 살았던 아만다에게 아픈 몸은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이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담배, 술, 마약 등 쾌락을 즐기며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망가져만 간다. 그런 아만다를 지켜보며 모드는 그녀의 영혼을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뚜렷해진다. 그러나 사후 세계에 회의적인 아만다를 설득하기 어려워지자 선을 넘어 극적인 광기를 부린다. 신체적 고통의 정반대 선상에 있는 두 인물은 종교적 물음에도 서로 반대의 입장으로 갈등이 커지게 된다.

영화는 광적인 믿음이 불러온 결과를 심리 스릴러 형식으로 보여준다. 신체를 변형하며 공포를 이끌어 내는 바디 호러 장르에 종교를 접목해 사후 세계의 두려움을 강조한다. 자신이 신의 대리인이자 천사, 혹은 성모 마리아라고 생각하는 지나친 망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결말부의 미장센으로 보여준다.

한편, 모드 역의 모르피드 클락은 삶의 외로움을 종교로 보상받고자 한 여인을 연기해 측은함과 공포심 두 가지 매력을 발산한다. 환자를 살릴 수도 있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는 간호사는 천사와 악마의 양가적인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거기에 죽어가는 무용수의 마지막 발악을 보여준 제니퍼 엘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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