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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명절 극장을 찾을 관객과 교섭 실패?

해를 넘겨 설이 다가왔다. 이번 설은 어떤 영화가 개봉할까.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달라진 극장 풍경은 대목이라고 해도 크게 북적이지 않고 차분하다. 그래서인가. 뭔가 이상했다. 설을 앞두고 한국영화가 같은 날 개봉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지 말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자는 합의였을까. 이해영 감독의 <유령>과 임순례 감독의 <교섭>이 설 극장가를 동시에 찾아왔다. 관객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구출작전

여행금지구역으로 선포된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교인 23명이 선교활동을 벌이다 탈레반에 피랍된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외교관 재호(황정민)와 국정원 대식(현빈)은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한다. 한쪽은 공무원의 태도로 원리원칙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고, 한쪽은 현지에서 농익은 경험을 살려 풀어내려는 입장이다.

둘 다 명분이 중요했다. 외교적으로 탈레반이 원하는 조건에 맞춘다면 국제적 호구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재호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했던 외교관의 역량을 펼친다. 재식은 과거 이라크에서 인질 구출에 실패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이번 작전에서 살려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협상 조건이 몇 번이나 달라지고 인질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둘의 싸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오직 인질 구출이라는 대의 하나만 두고 협력해야만 한다. 어떻게 가든 서울만 가면 되는 게 아닌가? 원치 않은 공조로 해결해야하지만. 둘은 그동안 익혔던 지식, 경험, 촉을 모두 동원해 인질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톱스타가 둘이나 나오는데 밍밍한 기분

<교섭>은 잘 짜인 구성이지만 어딘지 싱거운 영화다. 인질의 입장이 아닌 협상을 위한 직업인의 사명감을 중심에 두었기 때문일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인질 협상을 다루고 있지만 긴장감이 고조되기만 할 뿐 큰 한방이 없다. 아쉬움을 두 주연 배우로 달래보려 하지만, 이미 맡았던 캐릭터의 답습으로만 보일 뿐이다. 현빈과 황정민의 티켓파워가 무색한 연출은 두 배우가 그나마 어필하는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저 영화를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 아쉽다.

이야기에 모티브가 된 실화 또 잡음이 많았던 만큼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검색만으로도 쉽게 결말을 알 수 있는 실화 영화는 전반적인 톤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리질 수 있다. 하지만, 몸 사리는 안전함이 전해진다. 전 국민적인 이슈였던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던 사건이기도 했다. 다소 건조한 연출은 오락적 요소까지 드러내 무색무취 영화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명절을 맞아 극장에서 기분전환을 기대했을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소재를 계속 어둡게 묘사하는 방향도 활기찬 명절 분위기와 상반된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시간의 순서대로 이어지는 상황은 정치, 외교, 종교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핸드볼 경기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5년 황우석 줄기 세포 논란을 다룬 <제보자> 등 실화 영화에 강세를 보였던 임순례 감독의 5년만의 신작이라 더욱 의아할 뿐이다.

코로나 이후 빨간불이 들어왔던 한국영화판은 오랜 허덕임에 굶주려왔다. 그러다 2022년 6월 <범죄도시 2>의 천만영화 소식으로 섣부른 축배를 들었던 게 화근이었을까 싶다. 소위 대목이라 불리는 여름 방학과 추석, 연말 크리스마스를 다 지났지만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얼어붙은 한국영화시장이다.

단순히, 막강한 외화나 OTT 콘텐츠의 인기로 상황을 넘겨서는 안 된다. 철저한 분석과 소재 개발,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상향된 관객 기준을 만족할만한 성장을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관객은 ‘재미’있는 영화를 선택한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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