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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벨룸> 끝나지 않은 인종, 여성 차별의 클리셰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는 과거의 인종차별.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아직 다 지나가지도 않았다. 해결되지 못한 과거는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 <안테벨룸>은 상징과 직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의 목소리를 드높인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성격을 갖고 있는 영화인 만큼 줄거리를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최대한 자제하며 분위기를 전달하려 한다.

끝나지 않은 인종차별 뚜렷한 메시지



150여 년 전 미국 남부의 어느 목화 플랜테이션에서 혹독한 고초를 겪으며 일하는 흑인들이 있었다. 살인적인 노동시간, 동물만도 못한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는 노예인 셈이다. 이들은 백인의 허락하에만 말할 수 있었기에 대화 금지 규칙을 지키며 힘겨운 나날을 버티고 있었다.

가혹함은 극에 달하던 어느 날. 탈출을 시도했다가 잡힌 한 흑인 여성이 잔혹하게 처형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동석했던 이든(자넬 모네)은 옆구리에 낙인이 찍힌 채 핍박받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한 마디 거들거나 반기를 들 수 없었다. 점차 분노는 두려움이 되어갈 뿐이었다.

사실 이든은 흑인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로 통했지만 지금은 무력감에 숨죽이며 살아갈 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 농장에 오게 된 줄리아(키어시 클레몬스)는 반항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이든은 때를 기다릴 뿐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게 지금으로서 탈출할 수 없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편, 흑인 인권 운동을 외치며 성공한 작가 겸 박사 베로니카는 남편과 예쁜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최근 새 책 홍보로 출장이 잦은 베로니카는 그날 아침 이상한 화상 통화를 한 후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너무 바쁜 나머지 부랴부랴 호텔에 도착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후 저녁에는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등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우버에 몸을 실었던 때, 갑자기 운전사는 괴한으로 돌변하고, 이후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곳에 와있다. 과연 베로니카는 어디에 납치된 것일까?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청산되지 못한 과거, 각성의 목소리

<안테벨룸>의 뜻은 남북전쟁 직전 시대 폭풍전야같이 긴장된 시기 뜻한다. 남북전쟁 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중반부 있을 반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느 마을의 가혹한 차별과 분노에 대한 이야기로만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란 듯이 깨졌다.

5분 정도의 인트로에 담긴 장면은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장면이다. 영화가 시작 후 30여 분을 150여 년 전 시점으로 보여주다가 눈 깜박할 사이 21세기로 점프해 대혼란을 유발한다. 잠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다 보니, 앞선 시점에 등장하던 백인 재스퍼(잭 휴스턴)와 엘리자베스(지나 말론)가 재등장했고 의문이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백인은 흑인보다 우월하고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가치를 고수하고 있는 이들은 사회 핵심 인사로 떠오른 흑인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이든이 했던 이상한 행동과 베로니카의 자신만만함 했던 비밀이 밝혀지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베일을 벗자 퍼즐 맞추듯 해갈된다. 영화는 여전히 뿌리 깊은 차별을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하나 여전한 혐오 세력, 백인 우월주의자들 그릇된 방향에 대해 기묘한 컨셉을 빌어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뭔가 작정하고 보여줄 것 같고, 어쩐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만 내내 조성했지, 사이다 같은 시원한 결말은 동반되지 않는다. 완성도 면에서 <겟 아웃>, <어스>와 비슷하나, 상징적인 떡밥을 뿌려 놓기만 하고 제대로 수거하지 않아 찝찝한 기분이 해소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그들의 분노를 깊게 공감해 줄 수만은 없어 씁쓸하다. 미국에서 흑인은 동양인을 차별하고, 동양인은 동남아인을 차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는 위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든 피겨스>, <문라이트>를 통해 가수에서 배우로 입지를 다진 ‘자넬 모네’의 연기력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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