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개봉한 미스터리 영화 <런>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주인공 클로이가 엄마와 함께 외딴 집에서 살아가던 중 진실을 알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내며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이 작품의 제작진이 뭉친 <헌터 헌터>는 올해 가장 충격적인 서바이벌 호러 스릴러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다. 영화 선정의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4%를 기록하며 해외에서는 이미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헌터 헌터>는 앞서 언급한 <런>이 그랬던 거처럼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때문에 예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전개를 선보인다. 조셉과 아내 앤, 딸 르네는 외딴 숲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조셉은 야생동물을 사냥해 그 가죽을 팔아 생활한다. 이 삶은 그들 가족이 택한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자연을 택한 만큼 자연 속에서 처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한다. 그 위험의 정체는 바로 늑대다.
늑대를 사냥하기 위해 집을 나선 조셉이 실종되면서 앤은 르네와 집을 지키기 위해 직접 덫을 놓는다. 그러던 중 숲속에 쓰러진 한 남자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국면에 접어든다. 이 작품은 크게 세 가지 포인트를 통해 신선한 설정과 독특한 전개를 살리며 공포를 전달하는 힘을 보여준다. 덕분에 용두사미에 빠지지 않으며 도입부에서는 음산한 분위기로 시선을 잡고 후반부에는 긴박감을 높이며 눈 뗄 틈을 주지 않는다.
첫 번째 포인트는 외딴 숲이라는 장소의 설정이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외딴 장소를 배경으로 설정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허나 그 위험을 알고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외부세력에 의해 외딴 곳으로 끌려가거나 여행이나 휴식을 위해 외딴 곳을 찾았다가 위험을 겪게 된다. 갑작스런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반면 <헌터 헌터>는 시작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조셉의 가족은 숲속에서의 생활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곳을 택했다. 때문에 대자연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왼편 마지막 집>처럼 외딴 곳에서 벌어지는 공포영화의 공식을 따르나 평온한 분위기에서 시작해 공포로 변모해가는 그림이 아닌 시작부터 위태로운 밑바탕을 그리며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두 번째는 맥거핀의 뛰어난 활용이다.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즐겨 사용한 맥거핀은 영화에서는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그의 대표작 <싸이코>를 예로 들자면 도입부 은행 강도 장면이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칠 거 같지만 이는 도입부로 끝나고 이후 내용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 작품의 경우도 늑대가 공포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처럼 보인다.
마치 크리쳐물처럼 늑대와 인간의 대결을 그릴 것 같지만 이 작품이 다루는 실질적인 공포는 바로 인간이다. 작품은 조셉과 앤이 자연에서의 삶을 택한 이유가 인간에게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처럼 사회에서 상처를 받아 자연을 택한 것이다. 데뷔작 SF 느와르 <노바디>로 전 세계 50개 이상의 영화제 초청 및 12관왕 수상을 기록하며 주목받은 숀 린든 감독은 이번 <헌터 헌터> 제작에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며 특히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하는데,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설정에 인간 본성의 잔혹함을 담아낸다.
인터뷰를 통해 인간 본성의 깊숙한 곳의 잔인함의 능력을 탐구하고 싶었다는 감독은 늑대라는 맥거핀을 바탕으로 자연의 공포를 보여주는 거처럼 관객을 이끈 뒤 진짜 공포인 인간을 보여준다. 늑대보다 무서운 인간의 공포는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다. 공간은 자연으로 설정하면서 그 안에서 잔혹한 인간들을 등장시켜 장르적인 매력 속에 인간이 지닌 공포를 통해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강한 충격을 주는 결말이다. <헌터 헌터>는 장르영화 마니아를 위한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가장 강한 섹션인 ‘금지구역’에 어울릴 만큼 강한 고어적인 색깔을 지닌 작품이다. <런>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코스튬 디자인, 시각효과 제작진이 참여하며 시각적인 몰입감을 극대화시킨 이 영화는 단순 잔인함이 아닌 시각적으로 몰입을 더하는 비주얼에 고어를 통해 포인트를 더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결말이다. 이 작품의 결말은 한 번 보면 잊힐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시각적인 면은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강한 충격을 선사한다. 아마 이 작품의 결말을 보면 포스터 속 앤처럼 입을 쫙 벌릴 만한 경악과 전율을 느낄 것이다. 그만큼 이 서바이벌 호러 스릴러가 주는 고어적인 매력이 상당하다.
강한 공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수위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 공포와 스릴러를 적절하게 배합하며 변주를 통한 리듬감으로 몰입을 높인다. 고어 작품은 시각적인 충격만 강할 뿐 공포나 스릴러의 장르적인 매력은 부족하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헌터 헌터>는 공포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냥할 영화로 11월 개봉 기대작이라 할 수 있다. 11월 4일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