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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빛보다 빠른 히어로, DCU의 시대 열 수 있을까?

MCU의 세계적인 성공은 그 흥행성적과 함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류를 히어로물도 바꿔놨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시장의 변화 속 DCEU는 나름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경쟁업체 만큼의 파급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다수의 시리즈화가 이뤄졌던 슈퍼맨과 배트맨이란 걸출한 두 히어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강하게 느껴지는 성과다. 때문에 ‘가오갤’ 시리즈의 제임스 건이 새 수장이 되면서 DCEU는 DCU로 리부트를 선언했다.

이 작업이 상당히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1000억 원이 넘게 들어간 영화 ‘배트걸’의 폐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슈퍼맨 시리즈 리부트로 인한 헨리 카빌, 드웨인 존슨의 하차, ‘원더 우먼3’의 제작 취소 등 새로운 DCU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리고 있다. 때문에 ‘플래시’는 개봉 전부터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높게 뽑혔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주연배우 에즈라 밀러의 심각한 논란에도 불구 개봉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플래시’는 왜 이제야 등장해서 DCEU의 리부트를 아쉽게 만드냐는 소리가 나올 만큼 슈퍼히어로 장르의 재미를 물씬 담아낸 영화다. 빛보다 빠른 속도를 지닌 히어로가 플래시인데 너무 늦게 도착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다시 재정비할 시간을 놓쳐버렸다. 이 작품은 DCEU판 멀티버스를 담았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을 보면 로이스 레인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를 거꾸로 돌려 시간을 되돌리는 슈퍼맨의 모습이 등장한다.

플래시는 빛보다 빠른 속도를 통해 과거를 향한다. 어느 날 자신에게 시공간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 과거를 바꾸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의문의 존재에게 공격을 당하며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는 멀티버스의 세계에 빠진다. 이곳에는 또 다른 플래시, 배리 앨런과 은퇴한 배트맨, 슈퍼맨을 대신한 슈퍼걸이 있다.

잭 스나이더, 제임스 완, 데이비드 F. 샌드버그 등 DCEU가 공포영화 출신 감독들을 통해 얻은 장점은 이번에도 효과적으로 발현된다. 긴장감 있게 스토리가 전개되며 미장센의 측면에서도 높은 만족을 자아낸다. ‘그것’ 시리즈를 통해 주목받은 앤디 무시에티 감독은 캐릭터 사이의 앙상블과 플래시의 능력이 지닌 특수효과는 물론 적절한 유머까지 가미하며 순도 높은 오락영화를 완성했다.

여기에 멀티버스 세계관을 히어로의 성장과 적절하게 가미하며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한다. 과거로 가서 현재를 바꾸고 싶지 않냐는 플래시의 말에 브루스 웨인은 그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네가 존재한다는 대답을 한다. 이 대화가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포착하며 히어로의 성숙함을 이끌어 낸다. 이 묘미는 한때 MCU가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망각했던 부분에 해당하기도 한다.

시리즈까지 판을 키우면서 MCU는 뉴 페이스들을 합류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슈퍼히어로의 팬이나 인종, 성별 등 그 대상이 광범위한 요소로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히어로가 지닌 내적 고민과 갈등을 통한 성장을 DCEU에서 다시 발견하는 짜릿함을 ‘플래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멀티버스를 도입하며 다채로운 히어로 조합에 대한 기대감과 낭만 한 스푼을 더했다.

그 핵심은 소위 ‘원조 배트맨’으로 불리는 팀 버튼의 배트맨, 마이클 키튼이다. 앤디 무시에티 감독은 이 캐릭터를 통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이끌어 냈던 전율을 선사한다.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벤 애플렉의 배트맨과 동시에 출연시키며 멀티버스를 통한 히어로 조합의 힘을 보여준다. 동시에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처럼 멘토-멘티의 관계성도 부여하며 노장 히어로의 낭만도 담아낸다.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슈퍼걸에 더해 깜짝 놀랄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화려하지만 아쉬운 DCEU의 마지막을 수놓는다. 동시에 리부트를 앞둔 DCU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완벽한 유산을 남겼다. ‘플래시’의 성과는 추후 ‘저스티스 리그’의 구성과도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에즈라 밀러가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재기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저스티스 리그’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좋은 사전 평을 받은 ‘플래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한국 시장에서의 흥행 성적이다. ‘마블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MCU가 선전하는 반면 DCEU는 ‘아쿠아맨’의 504만 관객 동원을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본 적이 없다. 호평을 받은 영화가 흥행하는 요즘 극장가의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플래시’가 거둘 성적이 주목된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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