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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호수] 늪과 같은 호수에 빠진 이방인

‘푸른 호수’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제74회 칸영화제 진출작이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매진행렬을 기록한 <푸른 호수>는 ‘제2의 미나리’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 중인 재미교포 2세 저스틴 전 감독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이방인의 삶을 다룬다. 감독이 연기한 안토니오 르블랑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미국인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허나 예기치 못한 진실은 그와 가족을 뿌리 채 흔든다.

안토니오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입양되었다. 양부모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지닌 그는 아내 캐시와 딸 제시, 그리고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자상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안토니오는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며 그의 몸 역시 문신으로 가득하다. 문신은 사연을 의미한다. 안토니오의 몸을 덮은 문신은 그 어두운 과거가 암울한 미래를 만들 것이란 걸 암시한다.

캐시의 전 남편 에이스와 충돌을 겪은 안토니오는 경찰서에 잡혀가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30년을 미국에서 산 그가 미국인이 아니며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것이란 걸 말이다. 안토니오의 양부는 정식으로 입양절차를 밟지 않았고 전과 기록이 있는 안토니오는 한국으로 추방명령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없는 그는 말 그대로 뿌리 채 뽑혀 다른 땅에 정착해야만 하는 시련에 직면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재미교포로 살아가는 자신이 느끼는 이방인의 감정을 담아낸다. 이방인은 자신이 속한 국가와 자신의 모국 그 어디에도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영화는 이 감정을 추방이라는 직접적인 사건으로 풀어낸다. 이런 안토니오의 심리는 캐시와 제시, 그리고 파커를 통해 작용과 반작용을 겪는다.

‘푸른 호수’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캐시와 제시는 하나의 가족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안토니오가 미국에 남아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 허나 하류층이지만 백인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안토니오가 살아온 삶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캐시는 안토니오를 싫어하는 어머니에 의해 감정적인 동요를 겪기도 한다. 법적 다툼과 금전적인 압박 속에서 안토니오가 점점 무너지는 모습은 이런 요소에서 비롯되는 가정 내부의 붕괴도 한 몫을 한다.

월남전 당시 미국으로 피난을 온 파커는 같은 이민자이자 이방인의 아픔을 지녔다는 점에서 안토니오와 정서적인 교감을 보여준다. 안토니오는 가정을 꾸리고 같은 베트남 이민자끼리 공동체를 이룬 파커를 만나며 정체성에 대해 생각한다. 파커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 역시 추방의 시간이 다가오는 안토니오와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홀로 거친 삶을 살아온 안토니오와 달리 안정을 이룬 파커는 이질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장소를 배경으로 감정이나 주제의식을 담아내기도 한다. <괄사>의 경우 전형적인 미국 도시인 세인트루이스를 배경으로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고, <미나리>의 경우 농업이 주인 아칸소를 배경으로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한인 가정의 분투를 그렸다. <푸른 호수>는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공동체의 조화를 그려내고자 한다.

‘푸른 호수’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뉴올리언스는 그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파커를 비롯해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러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이곳에서 정체성의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안토니오의 심리를 담아낸다. 이 심리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소재가 바로 제목이기도 한 호수다. 뉴올리언스는 호수와 습지가 있는 곳이다. 제목이 ‘Blue Bayou’인 이유는 ‘Lake’와 같은 넓고 길게 뻗은 청량감을 지닌 호수가 아닌 흐름이 거의 없는 늪과 같은 호수(Bayou)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캐시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부르는 노래의 제목 역시 ‘Blue Bayou’이다. 이 노래가 의미하는 ‘Blue Bayou’는 미국 남부지역 미시시피강 연안의 습한 동네들을 의미하는 말로 이 동네의 특성은 가난한 백인들이 거주한다는 점이다. 노래는 비록 가난과 아픔을 품은 고향이지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심정을 전한다. 이 심정은 안토니오가 느끼는 감정과 같다. 가난과 상처로 얼룩진 이곳이 안토니오 마음의 고향이란 점을 강조한다.

<푸른 호수>는 입양을 통해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처한 문제를 알리고자 만들어진 영화다. 60~70년대 2만 명이 넘는 숫자를 비롯해 매년 2천명 가까운 한국 아이들이 미국으로 입양이 된다. 이들 중에는 입양으로 인한 혜택을 노리는 가정으로 입양되는 경우가 있다. 아동 방치는 물론 학대의 문제가 발생하며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아이들은 불우한 환경에 갇히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미국에 정착할 수도 한국에 돌아올 수도 없는 양국 모두에게 버림받은 이방인이 되어버린다.

작품 속 안토니오와 같이 입양한 부모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오랜 시간 미국에 살았더라도 추방의 대상이 된다. 작품은 결말부에 추방 또는 추방을 앞두고 있는 한인 입양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이 영화를 통해 <미나리>에 이어 다시 한 번 미국 사회에서 울림을 선사하는 이방인으로서의 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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