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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카우] 은은한 햇빛을 담은 따뜻한 서부극의 등장

Orion Lee (left) as “King-Lu” and John Magaro (right) as “Cookie” in director Kelly Reichardt’s FIRST COW, released by A24 Films. Credit : Allyson Riggs / A24 Films FIRST COW_11.17.18_AR_0377.ARW

<퍼스트 카우>는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여성감독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 중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하는 작품이라는 점과 미국 최고의 독립영화사로 떠오른 A24의 작품이란 점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금액을 너무 크게 불러서 국내 정식개봉이 힘들 것이라 예측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2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정식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인용해 그 주제의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 라는 시의 인용은 이 영화가 우정에 관한 작품임을 알려준다. 이는 친절한 길잡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한 스타일이 아닌 영화를 볼 때 무언가 심오한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영화를 어렵게 바라본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의 이면에 무언가 숨어있을 거라 여긴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미국을 배경으로 길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감독이다. <퍼스트 카우>는 이런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영화로 서부극에 근간을 두지만 총잡이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가 아닌 두 남자의 우정을 버디무비의 형식으로 담아낸다. 어두운 화면이 많다는 점과 마냥 낙천적으로만은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단 점에서 서정적인 감성을 전한다고 할 순 없지만 카메라가 지닌 따뜻한 온기로 거친 서부 개척의 시대를 조명한다.

모피를 만들 비버 사냥꾼들을 쫓아다니며 요리를 담당하는 쿠키는 숲속에서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발견한다. 사람을 죽이고 쫓기는 신세가 된 킹 루를 도와준 쿠키는 이 일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마을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이들은 작전을 세운다. 마을에 들어온 암소에게서 몰래 우유를 짜내서 케이크를 만들어 팔기로 한 것.

작품은 케이크를 만들어 팔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 두 사람이 위기에 내몰리는 과정을 통해 우정을 그린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이방인이자 폭력에 노출된 이들이다. 쿠키는 유대인이고 킹 루는 중국인이다. 두 사람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에 왔지만 총을 든 총잡이가 아닌 그들에게 서부는 위험한 공간이다. 때문에 쿠키는 식량이 떨어지자 사냥꾼들에게 무시와 위협을 받고, 킹 루는 첫 등장부터 나체로 추위에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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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우정과 연대는 이런 시대의 위협에서 비롯된다. 무법자와 카우보이가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의 서부는 낭만보다는 거친 질감을 보여준다. 총을 들지 않은 쿠키와 킹 루는 서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몰래 소의 젖을 짜서 케이크를 팔기로 한다. 이들의 행동은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특히 소의 주인인 무역업자는 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며 소에게서 젖이 안 나온다 말하는 다소 아둔한 인물로 설정하며 코믹함을 더한다.

블랙코미디에는 풍자가 담긴다. 이 작품의 풍자는 앞서 언급한 낭만을 지우고 폭력만 남은 개척시대 서부와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다. 두 주인공은 돈에 잠식되지 않는 우정을 보여준다. 이는 서부개척으로 땅을 자본으로 건물을 세워 올린 미국이란 국가의 시발점에 풍자를 가하는 구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영화 <자마>가 시도한 거처럼 원주민을 배경처럼 배치하나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시대상을 조명한다.

이 작품은 마치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읽는 듯한 문학적인 영감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 <분노의 포도>, <생쥐와 인간>처럼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을 배치한다. 특히 소와 쿠키 그리고 킹 루와의 관계성을 설정한 점이 인상적이다. 소가 몸을 점점 젖을 짜는 쿠키 쪽으로 기울이는 모습은 자연을 단순히 이야기의 수단이 아닌 유대라는 관계를 맺는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 경제 대공황 시기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존 스타인벡처럼 자본주의 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서부개척 시기에 함께 살아가는 조그마한 집 하나 지키기 힘든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만 서부일 뿐 영화적인 쾌감과 장르적인 매력보다는 문학적인 정취를 바탕으로 여운을 남긴다. 데뷔작 <리버 오브 글래스>가 받았던 평인 ‘햇빛 찬란한 느와르’처럼 서부극 특유의 뜨거운 햇볕이 아닌 은은한 햇빛이 찬란하게 마음을 비치는 서부극이다.

앞서 셀린 시아마, 크리스티안 펫졸드 등의 감독이 각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트랜짓>을 통해 이전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영화계 역주행’을 이룬 거처럼, 켈리 라이카트 감독 역시 그런 열풍을 이 영화를 통해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척 시기 이민자들의 혹독한 삶을 따뜻한 카메라로 담아낸 그녀만의 시선은 올해 가장 큰 발견으로 다가올 것이다. 11월 4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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