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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엘라] 디즈니 전형성을 탈피한 빌런의 진검승부

그동안 디즈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 캐릭터가 인상적인 <크루엘라>는 1961년 개봉한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101마리 달마시안의 개>의 실사영화다. 디즈니 영화의 실화화 중에서도 동화나 마법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가 배경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악당 크루엘라를 재해석한 스핀 오프이며 크루엘라의 젊은 시절을 담은 디즈니의 야심찬 시도다. 잔인함을 뜻하는 ‘Cruel’의 여성 이름 ‘Ella’를 합쳐 악마를 뜻하는 ‘Devil’을 이용한 풀네임 ‘크루엘라 드 빌’의 유래까지도 함의하고 있다. 극악무도하며 안하무인인 크루엘라의 충격적인 가족사를 첨가했다.

난 원래부터 못됐고, 약간 돌았지!

태어날 때부터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에스텔라(엠마 스톤)는 흰머리와 검은 머리를 반반씩 가진 독특한 아이다. 이 아이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챈 엄마 캐서린(에밀리 비샴)은 항상 ‘착한 아이’가 되라며 내면의 크루엘라를 드러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처럼 입바른 말을 할 줄 모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었던 성격이 폭발하며 눈 밖에 나게 되고, 결국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에스텔라의 천재성이 시골 마을에서 빛을 보지 못하자 캐서린은 런던으로 떠나려 결심한다.

꿈에 그리던 런던으로 향한다는 흥분도 잠시. 엄마는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다면서 차 안에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 당부했다. 에스텔라는 엄마의 부탁대로 참아보려 했지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장식과 옷으로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는 중이었고, 난생처음 보는 화려함에 정신을 빼앗겨 말썽을 피우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괴팍한 달마시안 세 마리가 따라오자 허겁지겁 뛰쳐나오던 중 뜻하지 않는 비극을 맞이하고 런던으로 향하게 된다.

드디어 런던에 도착했지만 혼자였던 에스텔라는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와 재스퍼(조엘 프라이)를 만나며 환상의 트리오이자 가족으로 엮인다. 세 사람은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소매치기와 사기꾼으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한편, 영국 패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리버티 백화점에 단순직으로 취직하게 된 에스텔라는 꿈을 이룬 듯 기뻤지만 옷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쓸고 닦느라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패션계의 큰손 남작 부인(엠마 톰슨)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발탁돼 드디어 패션과 가까워진다. 하지만 남작 부인의 눈에 들어 낙하산 취업한 기쁨도 잠시, 남작 부인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혁명의 시대가 패션과 만났을 때!

영화 <크루엘라> 스틸컷

영화 <크루엘라>는 천재적인 재능을 앞세워 사회적 틀을 깨부수는 패션계의 이단아로 성장하는 고군분투를 담았다. 크루엘라가 활동하던 1970년대는 펑크 음악과 패션의 자유의 목소리가 일어났던 시기다. 당시 런던은 패션과 무정부 상태의 중심지였고 변화를 꿈꾸는 반항적인 혁명 정신이 급성장했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거부하고,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강렬하고 거친 행동마저도 하나의 퍼포먼스로 용인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와 부합하며 런던 패션계의 절대 권력 남작 부인의 강력한 라이벌을 자처, 기발한 감각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대결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서로 다른 출신과 신구 세대 차이, 추구하는 패션 감각의 충돌 과정이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크루엘라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알렉산더 맥퀸 스타일에 가깝고 남작 부인은 디올에서 영감받은 우아하고 화려한 스타일로 좌중을 압도한다. 어두우면서도 괴팍하고, 깐깐하면서도 극악무도한 두 빌런 캐릭터는 동화 속을 떠난 현대적 실사화를 뛰어넘으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흑화된 두 엠마의 연기 진검승부가 만들어 낸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을 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두 여성의 재능과 잔인한 성격은 조커, 할리퀸, 미란다(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를 떠올리게 한다. 엠마 스톤은 어설퍼 보이는 에스텔라와 에너지 넘치는 크루엘라는 대담하게 소화했다. 캐릭터가 아니라 엠마 스톤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하워즈 엔드>와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2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엠마 톰슨은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절대 권력자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연출을 맡은 ‘크레이그 질레스피’감독은 전작 <아이, 토냐>를 통해 이미 매력적인 여성 빌런을 창조해 낸 바 있다. <아이, 토냐>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실존 인물 ‘토냐 하딩’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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