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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쾌감 없는 피칠갑

‘케이트’ 스틸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공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출연배우와 감독, 원작이나 소재에 따라 기대감이 달라진다. 낮은 기대감의 작품은 좋지 못한 완성도에도 킬링타임으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꽤나 기대감이 높은 작품의 경우 실망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케이트>는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다. <헌츠맨: 윈터스 워>로 가능성을 보여준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감독이 메가폰을 쥔 이 작품은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 시한부 킬러의 피칠갑 하드코어 액션을 선보인다.

무자비한 킬러 케이트는 마지막이라 생각한 임무에 실패한다. 누군가 먹인 치명적인 독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 독으로 온몸에 방사능이 퍼진 케이트가 살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그녀는 이 하루 동안 자신에게 독을 먹인 이들을 찾아내 처단하고자 한다. 이 기본 줄거리만 보자면 잘 만든 액션영화의 정석이다. 좋은 액션영화일수록 줄거리는 이해하기 편하게 단순하며 어떤 쾌감을 전해줄지가 명확하다.

여기에 작품은 표현을 통해 무기를 더하고자 한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 시각효과 담당자로 참여했던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감독은 시각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한다. MTV 스타일의 현란한 화면과 밴드 음악을 활용해 빠른 리듬감을 선보인다. 일본을 배경으로 칼을 활용한 피칠갑 액션을 극대화하며 어둠 속에서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케이트’ 스틸컷 / 넷플릭스

배역진 역시 최적의 캐스팅을 유지하고자 한 욕심이 보인다.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버즈 오브 프레이> 등을 통해 여전사의 면모를 보여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처절할 정도로 전투를 반복하는 케이트 역을, 주조연 가리지 않고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우디 해럴슨이 케이트를 킬러로 길러낸 배릭을 연기한다. 아사노 타다노부, 쿠니무라 준, 미야비 등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일본 배우들이 등장하며 액션에 어울리는 재료를 갖춘다.

아쉽게도 이를 버무리는 좋은 능력은 주어지지 않았다. 액션영화의 경우 관객의 만족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액션장면이 필수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인상적인 액션을 뽑아내지 못한다면 회자되지 않는다. 이 작품의 액션은 전체적인 미장센이 어설프다. 피칠갑은 보여주지만 그 순간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장면이 없다. 그저 피와 폭력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사이키델릭과 펑크의 분위기를 다소 무거운 작품의 분위기와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케이트는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한 후 킬러로 자라야 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고, 임무 중 미성년자인 아니를 끌어들였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자체가 드라마적으로 무거우면서 주변 인물들 역시 펑키하거나 사이키델릭한 인물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액션에 이 분위기가 합쳐질 때 이질감이 강하게 든다.

‘케이트’ 스틸컷 / 넷플릭스

액션의 만족도가 부족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 건 스토리의 빈약함 때문이다. 피칠갑 하드코어를 시도한 순간부터 작품은 스토리보다 액션에 중점을 둘 것이란 걸 예고했다. 최근 개봉한 <모탈 컴뱃>을 보더라도 스토리는 장면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케이트가 복수를 위해 아니를 납치하고, 이에 분노하던 아니가 갑자기 케이트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협력을 하는 전개는 두 사람 사이에 유대감과 연대를 만들어 여러 장면을 연출해내고자 개연성을 포기한다.

개연성을 뒷전에 두었다면 주무기인 액션을 살려야 하는데 미장센을 만들어내는 힘이 부족하다. 킬러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액션영화인 <존 윅>을 예로 들자면 매 시리즈마다 독창적이면서 쾌감을 주기 위한 액션에 주력한다. 클리셰에 박힌 장면이라도 그 규모를 키우거나 변칙기어를 통해 이 영화만이 지닌 고유한 액션을 강조한다. 아쉽게도 <케이트>에게는 이 고유함이 없다. 그저 처절하게 온몸이 망가져 가는 케이트의 모습을 통해 쾌감을 시도한다.

<케이트>가 본 받아야 했던 영화는 <킬 빌>이다. 이소룡 츄리닝을 입은 우마 서먼을 비롯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통해 대결에 묘미를 더했고 현란하면서 화끈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약 <케이트>가 B급을 지향했다면 어쩌다 터지는 뻘한 유머와 개성 부족한 캐릭터들, 미장센이 떨어지는 액션장면 역시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성격이 다르기에 다른 기준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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