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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첫사랑 찾아내라는 아내의 황당한 소원을 들어준 남편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와 한국 제목이 같아 은연중에 어떠한 감성이 떠오르게 된다. 가장 찬란한 순간에 이별을 맞이하는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전주만 들어도 알만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과 함께 흥겨운 군무가 가미되면 122분은 마법이 된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가 스크린을 뚫고 전해진다.

한국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상업 뮤지컬 영화답게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노래와 안무가 포인트다. 한국의 <라라랜드>를 꿈꿨을까. 한국에서 음악, 과학 영화는 잘 안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음악영화는 못해도 중박은 한다는 소리다.

물론 낯설다. 오글거리는 초반만 잘 적응한다면 괜찮다. 사람마다 진입하기 위해 다소 노력이 필요했지만 필장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처음부터 아내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설정과 얼마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울극장은 묘한 공감을 유발한다. 세연과 진봉 부부는 갓 스무 살이 되어 만나 서울극장 조조영화를 보면서 첫 키스를 나눈다. 약속이나 한 듯 이문세의 ‘조조할인’으로 포문을 연다. 시작이 좋다.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남편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온 오세연(염정아)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 남편 진봉(류승룡)과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뮤지컬 로드무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세연은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하루, 한 시간, 일분일초가 아깝다. 지금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마지막 생일선물을 핑계로 남편과 전국 일주를 꿈꾼다. 서울, 목포, 부산, 청주, 땅끝마을 보길도로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무뚝뚝한 진봉은 시종일관 투덜거리지만 아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싫지만은 않다. 결혼하고 내내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하지만, 말은 늘 헛나온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첫사랑 타령이다. 이왕 소원 들어주는 거 시원하게 들어주기로 마음먹고 첫사랑을 찾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연 첫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따뜻하고 풍성한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둘의 추억을 조금씩 더듬다 보면 대한민국의 역사와 개인의 역사가 맞물린다. 둘은 80년대 민주화 운동 때 만나 90년대 IMF 시절 결혼해 어려운 살림을 꾸리며 남매를 키웠다. 스무 살 즈음 만나 30년 가까이 공기처럼 당연했던 서로를 조금씩 잊고 부모가 되어버린 중년의 쓸쓸함이 공감을 이끌어 낸다. 잊고 있던 첫사랑과 떨림의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사느라 바빠 미처 고개 들지 못했던 시간이 아스라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믿고보는 염정아, 류승룡의 커플 조합이 통했다.

앞부분이 중년 부부와 가족에 대한 소개라면 중후반부로 넘어가면 어린 세연의 두근거리는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입한다. 이를 옹성우와 박세완, 심달기가 책임진다.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방송반, 별이 빛나는 밤에, 칼릴 지브란, 덕수궁 돌담길, 은행잎 등으로 상징된다. 풋풋하고 청순해서 찬란했던 유년 시절로 소환한다.

뮤지컬로 만들어도 손색없겠다. 관람 내내 무대로 옮겨오면 어떤 연출이 될지 상상하면서 보게 되더라. 한국음악사에 길이 남을 대중음악 가사가 캐릭터의 감정을 옮긴듯 맞아떨어지게 했다.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움부터 가사 하나하나까지 서정적인 눈물의 아련함이 서려 있다. 그래서일까. 극장 좌석에 앉아 발로 스텝을 맞추게 되고, 저절로 싱얼롱 상영회가 되어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세연과 진봉의 러브 스토리와 어린 세연과 정우의 알콩달콩을 꽉 채우는 다양한 대중음악은 잊고 지냈던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르겠다. 웃으려고 들어갔는데 울면서 나오는 이상한 영화다.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인 이야기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가득하다. 추운 겨울에 대비한 따스한 마음을 저장하는 데 손색없겠다. 쓸쓸한 가을보다 노랗고 빨간, 풍성한 가을을 원한다면 <인생은 아름다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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