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석 시즌을 가장 완벽하게 겨냥한 영화가 있다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일 것이다. ‘추천’(추석에는 천박사)이라는 마케팅을 바탕으로 추석 시즌을 겨냥 중인 이 작품은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이 배우의 활약이 널리 퍼지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영화계에서 모든 감독들이 그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한다는 배우 강동원이다. 그는 천박사 역을 맡아 ‘장르 강동원’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강동원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내는데 주력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장르적인 변주를 매끄럽게 가져온다. 초반은 코믹이다. 마을을 지키는 당주 집 장손이지만 신기가 없는 천박사는 소위 말하는 쇼윈도 무당이다. 도입부 <기생충> 패러디와 천박사와 기술담당 인배의 콤비플레이를 통해 퇴마를 하는 듯한 상황을 꾸며내는 사기극으로 코믹의 질감을 강조한다.
이 사기꾼 천박사가 진짜 사건을 만나는 지점은 공포의 질감을 보여준다. 갑자기 천박사 사무소에 나타난 유경이란 여자는 동생 유민의 몸에 붙은 악령을 퇴치해 달라며 수임료로 1억 원을 제안한다. 자욱한 안개와 초상집 분위기, 여기에 다수가 이사를 준비 중인 음울한 마을에 온 천박사는 언제나처럼 인배의 기술로 사기극을 준비한다. 허나 아이의 몸에 들어간 악귀 범천을 만나면서 코미디는 공포로 변한다.
기발한 점은 이 공포를 맥거핀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유민이 천박사를 공격한 순간 몸에서 악령을 빼내는 엑소시즘 의식이 극의 핵심을 이룰 것이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허나 범천의 목적이 귀신을 보는 유경의 눈을 빼앗는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유민을 맥거핀으로 쓰는 기교를 부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배가 설계한 사기극보다 확실한 이 작품의 기술력은 액션 어드벤처까지 장르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가져온다.
천박사와 범천이 과거 악연으로 엮여 있다는 점, 신기가 없음에도 천박사가 무당 일을 했던 이유가 범천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을 보여주며 추격전을 통한 어드벤처와 클라이맥스의 액션으로 오락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설정에 있어서는 오컬트 공포를 통해 음산하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액션과 어드벤처로 클라이맥스를 향하며 오락영화로 순도 높은 재미를 뽑아내고자 한다.
여기에 더해진 정점이 강동원의 매력이다. 장르 강동원이란 일종의 메이커는 그간 상업영화에서 강동원이 보여준 활약 덕분에 탄생한 신조어다.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렸던 이명세 감독은 <형사>, <엠(M)>에서 피사체로 불릴 만큼 뛰어난 그의 비주얼을 성공적으로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윤종빈 감독 역시 <군도>에서 강동원의 비주얼적인 매력을 폭발시키고자 악역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매력을 담은 조윤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해낸바 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강동원의 비주얼을 담아내면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에 중점을 둔다. 천박사는 <전우치>와 <검사외전>에서 보여줬던 강동원의 연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가려진 시간> 등에서 보여준 우수에 찬 눈빛으로 선보이는 진중한 연기의 강동원과 함께 사랑받는 그의 또 다른 모습이 코믹함이다. <전우치>의 사고뭉치 도사 전우치, <검사외전>의 귀여운 사기꾼 한치원 사이에 위치한 캐릭터가 천박사다.
초기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 <1%의 어떤 것> 등에서 보여준 코믹연기는 비주얼과 피지컬이 전부가 될 수 없는 배우의 세계에서 강동원이 지닌 강점이 무엇인지 보여준 힘이기도 하다. 여기에 천박사가 지닌 예상외의 소드마스터 면모는 <전우치>, <군도> 이후 오랜만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강동원표 액션을 선보인다. 강동원에게 몰입하며 그 매력의 최고치를 뽑아낸 영화가 간만에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아쉬움을 남기는 후반부 급전개와 빌런 캐릭터 활용의 부족함, 선녀무당이 등장하는 파트를 통해 작품의 미스터리를 신비감 없게 풀어버린 부분 등을 이런 장르 강동원의 장점으로 상쇄하며 오락영화로 순도 높은 몰입을 자아낸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추후 시리즈물로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매년 추석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