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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2> 진실의 쌍주둥이로 화려한 부활 알릴까?

<정직한 후보>는 정치인이 어떤 이유로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팬데믹 초반에 극장에 걸려 삼엄한 분위기를 이겨내고 마스크 안에서 웃음을 삼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선거때만 반짝 국민을 위한 후보가 되었다가 당선되면 입 싹 닦는 철새 정치인을 풍자하고 일갈한다.

씁쓸하고 웃픈 현실을 반영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코미디 영화였다. 주인공 친구, 신스틸러 조연이었던 라미란은 이 영화로 제41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성 서사 코미디 영화로는 이례적인 일이었고, 이제는 타이틀 롤로 손색없는 배우로 성장했다.

숨은 배경에는 라미란의 원맨쇼급 연기가 근본이지만 뒤받쳐주는 보좌관 희철 역의 김무열, 얄미운 연하 남편 만식 역의 윤경호가 지원했다. 그리고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뮤지컬 연출에서 영화로 영역을 확장한 장유정 감독의 진두지휘가 있었다. 완벽한 호흡으로 다시 한번 배꼽 도둑이 되기로 결심한 제작진의 포부가 전해진다. 과연 두 번째 영화는 1편만큼 웃겨 줄까.

할 말 다 하는 속 시원한 사이다 캐릭터

태어나 한 번도 달기 어려운 금배지를 세 번이나 달았던 전직 삼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서울 시장에 떨어지고 고향으로 내려가 조용히 살고 있는 근황부터 시작한다. 한적해도 너무 한적한 바닷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근질근질하지만 할머니의 천벌을 받은 만큼 자숙하고 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다. 우연히 바다에 빠진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선거에 도전하게 된다. 정치 인생 여기서 끝이구나 생각했지만 인기 급상승으로 강원 도지사로 일하게 된다. 출근 첫날 날카로운 눈썰미로 강원도 내 행정을 면밀히 검토하던 주상숙은 청렴 도지사 이미지를 얻게 되지만 지지율은 반대 노선을 걸어 고민에 빠진다.

자신과 타협 끝에 도를 위해서는 연임이 필수라며 주문을 걸었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 결국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기고만장해진 예전의 주상숙으로 돌아간 순간. 이번에는 신실했던 박희철(김무열)까지 진실의 주둥이를 얻으며 할 말 못 할 말, 제대로 내뱉어 준다.

확장된 스케일 풍자는 여전.. 하지만

알면서도 매번 당하는 게 있다. 바로 정치인의 입바른 한 철 공약이다. 표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머슴이 될 것을 약속하나 당선만 되면 끝이다. 초심 잃은 그들을 대놓고 까발려 준 게 <정직한 후보>였다. 속상함을 보상받는 것 같았고, 대신 터트려 주어 속 시원했었다.

<정직한 후보 2>에서는 도지사로 확장된 스케일로 돌아왔다.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공무직의 검은 유혹이 주요 골자다. 전시행정, 개발과 환경파괴라는 이중과제, 부동산 투기 등. 다채로운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정한 듯 진실만을 말하는 주상숙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었던 김희철까지 쌍끌이로 사고 치는 바람에 웃긴 상황이 두 배로 펼쳐진다. 이를 통해 관객은 풍자의 시원함과 자신의 안타고니트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닿으며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분명 스케일은 커졌는데 무언가가 부족한감을 지울 수 없었다. 합류 캐릭터가 여럿이지만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혼하고 오빠 집에 얹혀사는 시누이 역의 박진주와 건설사 대표를 맡은 윤두준은 기존 캐릭터와 융합하지 못해 겉돈다.

그나마 인상적인 캐릭터는 도지사를 쥐락펴락하는 건설 교통과 국장 조태주(서현우) 정도였다. 그는 자주 바뀌는 도지사에 특화된 인물로서 하나부터 열까지 깔끔한 일 처리로 주상숙의 신입을 얻게 된다. 실제 어느 도청에 있을 법한 공무원 같았고 기시감이 상당했다.

한국 영화 대세는 시리즈물

<정직한 후보 2>는 1편의 큰 흥행에 부담을 느낄 수도, 안정적인 관객 확보를 이룰 수 있기도 한 시리즈물이다. 너무 솔직한 정치인 컨셉을 그대로 끌고 오면서 새로운 인물과 상황을 추가해 확장했다. 혼자서 말로 뛰던 주상숙이 지원군을 여럿 만나 함께 뛴다.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현재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흥행 요소는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한산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대형 영화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살아남았던 내화는 <한산: 용의 출현>이었고, 외화는 <탑건: 매버릭> 뿐이었다. 바통을 이어받아 추석 대전에 홀로 나선 <공조 2: 인터내셔날>은 적수 없이 흥행 중이다.

<정직한 후보>의 속편도 이 흐름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라앉은 극장을 살리고 있는 다크호스 <육사오>, <공조 2: 인터내셔날> 등 코미디가 인기 있는 이유도 한몫한다. 길어진 팬데믹에 지친 관객은 이제는 좀 웃고 싶은 게 분명해 보인다. 가슴은 뻥, 뒤끝 없이 깔끔한 사이다 마무리는 덤이다. 내친김에 청와대로 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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