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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웹툰 팬도 드라마가 인생작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1월 16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오는 19일 190여 개국에 스트리밍되는 [지옥]에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했습니다.

평소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최규석 작가와 협업한 웹툰을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든 독특한 이력의 연상호 감독과 주연 배우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배우와 함께 수다를 떨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갑자기 나타난 천사가 지옥행을 고지한다면 어떨까요?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참석 배우와 감독은 남다른 재치와 행동으로 성실히 답변해 주었습니다.

[지옥]은 2003년 34분 애니메이션<지옥: 두개의 삶>으로 이미 뼈대를 완성했던 연상호 감독의 가능성을 넷플릭스 드라마로 웹툰을 영상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 6화 시리즈는 2019년부터 2020년 1,2부로 연재를 마친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야기꾼 연상호 입김에 최규석의 손끝이 만나 간결하지만 폐부를 찌르던 그림이 영상으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시리즈는 또 한번 의기투합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연상호 감독이 맡아 시너지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대박 느낌이 오시나요? 원작을 좋아하신 분들은 영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척 궁금합니다.

비현실과 현실이 맞닿은 연상호의 신세계

[지옥]은 2026년 서울 한복판에서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상황이 발생하며 여러 가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는 작품입니다.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존재와 지옥행을 선고 받은 뒤 정확한 시간에 세 사자가 찾아와 잔인하게 화형당하는 과정이 반복되죠.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는 공포심을 유발합니다. 원인도 해결 방법도 없이, 도망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큰 혼돈에 빠지게 되죠.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고 누구와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 그 누구도 그날을 침착하게 기다릴 수 없을 겁니다.

한편, 이런 상황을 이용해 신흥 종교를 만들고 스스로 의장이 된 정진수(유아인)는 신의 의도이며 심판이라고 설명합니다. 홀로 아이 둘을 키우며 살던 박정자(김신록)의 갑작스러운 지옥행 선고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며 새진리회의 맹목적인 믿음을 부추기게 되죠.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 모여들고 증명하는 각종 영상이 많아지자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변호사인 민혜진(김현주)은 이 상황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지옥행 고지를 받은 본인 수치심은 물론, 가족의 생계도 위협받는 상황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아수라기 때문닙니다. 남아 있는 가족은 평생을 죄인 가족이란 낙인을 안고 살아가야 하니까요. 민혜진은 법을 믿는 자로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티끌처럼 남아 있는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입니다. 미쳐 날뛰는 새진리회와 화살촉(김도윤)을 막고자 몸 사리지 않고, 유가족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대립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생아가 지옥행 고지 받으며 이야기는 반전을 맞습니다. 그동안 새진리회는 인간이 납득할 수 있는 상황만 죄라 여겼지만 태어난 지 이틀 밖에 되지 않는 아기의 죄를 설명할 길 없어 은폐하려 나섭니다. 그들은 원칙이 없는 것은 종말이라는 또 다른 선동으로 사람들을 호도하려 하고, 이름도 짓지 못한 아기의 부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움을 시작하죠.

웹툰과 드라마의 차이점은?

[지옥]은 말 그대로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지옥의 개념을 뒤엎습니다. 정형화된 사자와 천사의 모습도 낯설기만 합니다. 항상 셋이 뭉쳐 다니는 사자(使者)는 집단 린치를 가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의인화 되었습니다. 검은 갓과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의 개념은 이미 <신과함께>에서 깨준 바 있기에, 사자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기대되었는데요. 어쩌면 [스위트홈]의 프로틴을 연상케하는 비주얼에 살짝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하얀 옷과 날개를 달고 좋은 말을 해주는 천사는 없습니다. 유난히 큰 얼굴로 나타나는 천사의 모습은 기묘하기 짝이 없죠.

이를 두고 연상호 감독은 “고대 사람들이 상상을 덧붙여 천사, 사자의 형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원형에 가까운 이미지는 무엇일까 고민했으며, 지옥 사자 같은 경우 지옥을 캐릭터에 비유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탄생한 게 세 사자였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된 반응을 살펴볼까요? 공개 분량은 총 6화중 3화입니다.

관객의 반응은 “(정진수를 보고) 나도 모르게 절할 뻔했다”는 중학생의 증언(?)부터, “1-3회처럼만 해준다면 인생작이 될 것이다”라는 리뷰를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맞아요. [지옥]은 웹툰의 1, 2부를 나눈 것처럼 드라마 또한 등장인물이 4화부터 조금 바뀌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웹툰의 대사 하나까지 그대로 영상으로 옮겼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를 두고 연상호 감독은 오랫동안 영상화를 원했던 콘텐츠가 넷플릭스와 만나 꿈을 펼치게 되었다며 기쁘다고 했지만,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풀어 보자면, 웹툰과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을 챙겨 봤기에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마치 영화의 콘티북을 영상으로 본 것 같아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CG가 생각보다 티가 난다는 것. 하지만 흑백의 2D 그림이 살아있는 인물과 배경, 사운드에 힘입어 역동적으로 움직이니까 몰입감이 크긴 했습니다. 또한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호연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죠.

차이점이라 한다면 극중 지옥 사자 출현 후 사건 수사를 맡은 담당 형사 진경훈(양익준)의 아들이 딸 진희정(이레)으로 바뀌었다는 점이겠는데요. 이에 연상호 감독은 “성별 관계없이 이레 배우에게 역할을 맡기도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반도> 때 호흡을 맞춰 온 이레 배우를 향한 무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물욕 없는 정진수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원작에서 텅 빈 공간을 세부화해 고시원에 사는 설정으로 옮겨온 정도가 되겠네요.

아참참! 웹툰의 결말과는 다른 드라마적 결말로 충격을 선사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고 입 다물겠습니다.

넷플릭스 역에서만 탈 수 있는 지옥행 급행열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갑자기 변해버린 세상과 그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군상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견할 수 없었던 지난 2년 동안의 혼란 속에서 아픔과 어려움을 다들 경험하셨을 텐데요. 현재 위드 코로나 중인 시점에서 [지옥]은 새로운 사회의 권력과 정의가 세워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기자가 미리 본 [지옥]의 간단 평은 이렇습니다. 한 마디로 나의 신념을 깨버리는 잔혹한 현실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각자의 믿음이 흔들릴 때 무엇을, 누구를 믿어야 할까를 말해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였습니다.

한번 보고 나서 그냥 소비되고 휘발되는 작품이 아닌, 계속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지속력이 큰 콘텐츠란 생각입니다. 죽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글로벌한 콘텐츠라 [오징어 게임] 이후 세계적 반향을 또다시 일으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견해 봅니다. 죄, 종교, 공포, 혼란의 주제는 누구나 경험하는 두려움의 대상일 테니 말이죠.

과연 [지옥]은 제2의 [오징어 게임]으로 K컬쳐의 저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혼란의 헬게이트는 오직 11월 19일 넷플릭스에서만 오픈됩니다. 시간 맞춰서 잘 탑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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