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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클로이 자오의 색에 빠진 MCU의 새로운 히어로

(L-R): Kingo (Kumail Nanjiani), Makkari (Lauren Ridloff), Gilgamesh (Don Lee), Thena (Angelina Jolie), Ikaris (Richard Madden), Ajak (Salma Hayek), Sersi (Gemma Chan), Sprite (Lia McHugh), Phastos (Brian Tyree Henry) and Druig (Barry Keoghan) in Marvel Studios’ ETERNALS.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마무리 지으며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다음 장을 향해야만 하는 그들에게는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 큰 영광을 가져왔던 자신들의 흥행공식을 캐릭터들을 바꿔 선보일 것인가, 아니면 세계관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것인지에 대한 갈래길에 접어들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보여줬듯 마블은 후자를 택했고 이번 <이터널스>를 통해 그 청사진을 강화했다.

MCU는 <블랙 팬서>를 통해 현재 미국 내의 주류사상이라 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백인이 주류였던 히어로 시장에 흑인 히어로를 등장시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블랙 팬서>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오락용으로 치부되었던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영화가 작품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다양성은 동양인 히어로(샹치)와 여성 히어로의 솔로무비(블랙 위도우)를 통해 <어벤져스> 이후 MCU 세계관 내에서 확장을 이뤘다.

<이터널스>는 이 다양성의 세계관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다. 태초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온 신과 같은 불멸의 존재인 ‘이터널스’는 인류를 위협하는 적, 데비안츠를 완전히 소멸시킨 뒤 마치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불멸의 존재에 히어로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 그 본질은 인간과 같다. 때문에 감정이란 걸 느낀다. 하나의 가족과도 같았던 이터널스는 갈등을 겪으면서 흩어지게 된다.

작품은 캐릭터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주입하고자 한다. 다양한 인종은 물론 청각장애, 동성애 등 기존 히어로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을 통해 사회적인 인식에서 비롯되는 결점은 편견일 뿐 우리는 모두 완벽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내적으로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능력을 얻어 빌런과 맞서 싸우는 게 목적이었던 기존 히어로물과는 다른 흐름을 선보인다.

(L-R): Ikaris (Richard Madden) and Sersi (Gemma Chan) in Marvel Studios’ ETERNALS. Photo: Sophie Mutevelian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이런 장치들이 MCU가 지닌 것의 확장이라면 클로이 자오 감독의 존재는 새로운 무기로 작용한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를 찬란한 개척의 역사가 끝난 미국 서부의 황량함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빈민 백인계층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서부라는 공간과 주인공이 일하는 공룡박물관을 통해 과거의 역사 속에서 현재의 아픔과 슬픔을 바라보는 연출을 선보였다. 동시에 주인공을 향한 따뜻한 카메라의 시선을 잃지 않는 기품을 선보였다.

이 시선은 <이터널스>에서도 똑같이 발현된다. 태초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왔던 이터널스는 이들이 만들어낸 고통과 슬픔 그리고 아픔도 함께 경험했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바빌론, 과학문명의 발달이 끔찍한 비극을 낳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사건 등을 보여준다. 고대 신들의 이름을 가져온 이터널스는 그들 하나하나가 신화이자 동시에 인류 역사를 의미한다.

이터널스가 데비안츠와 맞서 싸웠던 이유는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이 애정이 팀원들 사이에 갈등으로 이어졌고 이들이 다시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클로이 자오의 카메라는 광야에서도 생명력을 발견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은 웅장한 무게감을 지닌 영화에 감정을 부여하며 기존 MCU와는 다른 색깔 속에서 꾸준히 추구해 온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내는 원동력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느꼈겠지만 마블영화를 보고 쓴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성격에 있어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클로이 자오 감독의 전작 <노매드랜드>에 히어로를 등장시킨 기분이다.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한 히어로와 속도감 있고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마블은 새로운 방향을 잡았고 자신들이 지닌 가치를 효과적으로 주입하며 작품성의 측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만 국내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는 확실하다. 길가메시 역의 마동석은 특유의 시그니처 액션을 선보이는 건 물론 한국영화에서 선보였던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한 캐릭터를 고스란히 가져오며 MCU에서도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통한다는 걸 입증해냈다. 동양인 배우가 소모품처럼 쓰였던 기존 액션물과 달리 배우의 장점을 확실하게 살린다. 여기에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BTS의 노래가 삽입되어 듣는 재미를 준다.

두 개의 쿠키영상은 <이터널스>를 마블의 세계관으로 안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초반 30분 정도를 캐릭터와 세계관 설명에 할애하며 MCU의 장점인 작품 간 상호작용에 힘을 쓴 보람을 쿠키영상을 통해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기존 마블영화의 팬이라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색에 다소 실망을 느낄지 모른다. 다만 새로운 색깔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관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11월 3일 개봉예정.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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