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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사랑과 기억, 이 행성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계관의 등장을 예고하며 관심을 모았던 <이터널스>가 오는 11월 3일 개봉한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마블 영화 중 최초로 1.43:1 아이맥스 화면비로 제작된 영화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메인 캐릭터만 열 명, 이 각각의 ‘이터널’들은 서로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외우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클로이 자오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각 캐릭터의 능력과 이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기존 어벤져스의 세계관과는 나중에 연결될 수 있는 여지만 살짝 남겨둔 채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마블의 새로운 페이즈를 열어주는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을듯하다.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에서 내놓던 오락 영화, 히어로 영화라고 정의되던 작품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오히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전작인 <노매드랜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진지하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터널스’는 태초에 돌연변이 포식자인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지구에 보내진 존재로, 임무를 완수한 뒤로는 그들의 고향인 ‘올림피아’로의 귀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지구와 인류의 길고 긴 역사를 전부 지켜봐온 존재이며, 각각의 초능력으로 인류의 조력자로서 늘 함께했다는 점에서 ‘신’과 유사하게 묘사된다. 각 ‘이터널’들의 이름과 능력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과 속성을 연상시킨다. 예를 들어 ‘테나(안젤리나 졸리)’는 극중에서도 전쟁의 여신으로 묘사되는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떠올리게 하며, 각종 기술과 발명을 담당하는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는 이카로스를 모티브로 만들어낸듯하다.

시공간의 이동이 잦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를 무대로 인류의 역사를 따라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서기, 그리고 현재. 여러 문명들에서부터 런던, 시카고, 뭄바이 등 전 세계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 속에 활약했거나 영향을 주었던 이터널들의 존재감도 하나둘씩 드러난다. 그들은 마치 신처럼, 인간 세계의 일에 조금씩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터널들의 임무와 데비안츠라는 절대악의 대립은 단순한 설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지구 위의 생명과 인류에 관한 사랑이 얽히면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선택의 기로가 펼쳐지게 된다. 여기에 아포칼립스 테마, 즉 세상의 종말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며 인간들이 삶의 가치로 여기는 많은 주제들이 오간다.

영화에서는 특정 키워드와 대사가 반복됐다. ‘사랑’, ‘기억’, 그리고 ‘때가 됐다’는 말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에서 동일하게 강조했던 메시지들이기도 하다. 마블 영화이지만,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진하게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영생할 수 있는 이터널들이 인간 세상에 섞여 살면서 한정된 삶을 사는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 결함이 있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해준다.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말, 그리고 두 편의 쿠키 영상은 마블이 계속해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개별적인 영화로 보아도 상당한 작품성을 보여주는 <이터널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열어줄 신선한 세계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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