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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나는 킬러다> 유덕화와 ‘럭키’가 만났을 때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 스틸컷 / 찬란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는 포스터만 보았을 때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상시킨다. 과거 주성치의 패러디 영화 또는 흥행을 위해 할리우드 유명 시리즈의 일환인 듯 제목을 변형시킨 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품게 만든다. 허나 뚜껑을 열어보면 예기치 못한 정체를 선보인다. 기억상실증과 킬러, 이 두 가지 소재가 떠오르는 한국영화가 있을 것이다. 바로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 영화 <럭키>다.

<럭키>의 원작은 2012년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이다. 당시 일본에서 큰 기대를 받던 우치다 겐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명배우와 킬러의 인생이 뒤바뀌면서 펼쳐지는 이 코미디는 흥미로운 설정과 휴머니즘을 유발하는 스토리로 큰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에서 <럭키>로 리메이크가 되었고 중국에서 다시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가 되었다.

원작이 스토리로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본설정과 큰 줄기에서의 이야기는 반복된다. 무명배우 천샤오멍은 빚더미에만 가득 쌓인 인생에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자 한다. 죽기 전에 때깔이라도 잘 내자는 생각에 고급호텔의 사우나를 향한 그는 멋진 시계를 찬 중년남자를 보게 된다. 그 남자가 천샤오멍이 떨어뜨린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면서 천샤오멍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 스틸컷 / 찬란

천샤오멍은 돈에 대한 욕심으로 남자와 사우나 열쇠를 바꾼다. 그렇게 남자는 천샤오멍이, 천샤오멍은 저우취안이 된다. 저우취안이 된 천샤오멍은 그의 돈으로 자신이 진 빚을 갚고 죄책감에 저우취안의 병원비도 내준다. 그리고 저우취안의 집을 향한 순간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짐작한다. 온갖 종류의 신분증에 사방에 깔린 CCTV, 여기에 권총까지. 누군가에게서 온 연락을 받은 천샤오멍은 그 연락이 살인청부라는 걸 알게 된다.

킬러 저우취안은 기억을 완전히 잃은 뒤 자신이 천샤오멍인 줄 알고 살아가게 된다. 게으른 천샤오멍과 달리 부지런하고 철저한 성격의 저우취안은 엉망인 집을 깨끗하게 치우는가 하면 열심히 연기를 공부해 배우로도 인정을 받는다. 그리고 점점 사랑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된다. 이 구성은 앞서 언급한 <열쇠 도둑의 방법>, <럭키>와 동일한 설정을 보여준다. 다만 이 세 작품에는 공통된 차이점이 있다.

바로 후반부다. <열쇠 도둑의 방법>의 후반부는 전형적인 일본 장르물의 특색을 담고 있다. 주연 배우들이 장황한 연설을 늘이며 교훈을 주고자 하는 점이다. 마치 작가라도 된 듯이 삶에 대해 논하고 상대에게 훈계를 하듯 상황에 관계없이 연설을 시작하는 이 일본 장르물의 클리셰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소다. 유쾌한 코미디였던 영화가 인생 교훈물로 변하는 것도 이 타이밍에서다.

때문에 <럭키>에서는 이 후반부를 따르지 않았다. 대신 국내 장르영화의 특색에 맞춘 유쾌한 흐름을 선보였다. 코믹이라는 본연의 색에 더 충실하며 유쾌한 반전에 초점을 맞췄다. 이 변화는 국내 관객들이 원하는 웃음을 선사하며 장르적인 만족감을 이끌어냈고 흥행으로 이어졌다.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는 여기서 중국 장르영화에 맞춘 변화를 시도한다. 중국 장르영화의 특징은 바로 신파다.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 스틸컷 / 찬란

이 지점은 <럭키>를 재미있게 본 국내 관객의 입장에서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지점일 것이다. 신파의 단점은 확실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대신 그 감정을 이끌어내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후반부 반전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국내 관객의 입장에서 신파적인 요소가 다수 가미되다 보니 축 쳐지는 극의 흐름이 부담된다. 리메이크가 지닌 단점이자 각 국가의 장르물 특성에 맞춘 전개가 국내시장에서 독이 된 경우라 본다.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라는 제목은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에서 왔다. 이 부조리극은 쳇바퀴처럼 벗어날 수 없는 삶을 담고 있다. 영화는 그런 삶을 살던 두 주인공 저우취안과 천샤오멍이 서로의 삶을 대신 살게 되는 ‘타인의 삶’을 통해 허무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열쇠 도둑의 방법>처럼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대신 이 연극을 극과 제목을 통해 언급하며 주제를 보여준다.

국내 관객의 입장에서 포인트라면 저우취안 역의 유덕화다. 60대의 나이에도 여전한 꽃미모를 과시하는 유덕화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킬러부터 스윗한 매너남의 모습까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특히 극 후반부 <천장지구>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통해 과거의 향수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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