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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오른 충무로를 이끌어 나갈 90년대 생 여배우 8인

데뷔작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배우들에게는 더 좋고 많은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시작은 운이지만 이후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건 배우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도서 ‘90년생이 온다’가 보여줬듯 이제 트렌드를 소비하고 주도하는 주 계층은 90년대 생이 되었다. 오늘은 한 편의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뒤 꾸준히 커리어를 만들어 가며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90년대 생 배우 8명과 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고은, <은교>

2012년 <은교>를 통해 혜성처럼 데뷔한 김고은은 욕망의 대상이 되는 일종의 대명사에 가까운 캐릭터인 은교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울리는 깨끗하면서도 파릇파릇한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은 건 물론 파격적인 노출만 주목받은 게 아닌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당해 신인상을 휩쓸며 큰 인기를 얻은 김고은은 이후 모교인 한예종으로 돌아가 연기활동을 하던 중 다시 영화계로 복귀한다. <차이나타운>과 <계춘할망>에서는 좋은 평을 받았지만, <성난 변호사>, <협녀, 칼의 기억>, <몬스터> 등에서는 흥행과 비평은 물론 연기력에 있어서도 비판을 받아야 했다. 영화에서의 커리어가 초반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반면, 브라운관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치즈인더트랩>으로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킨 후 <도깨비>를 통해 확실한 스타배우의 자리에 안착한다. 이후 <변산>, <유열의 음악앨범> 등 영화에 도전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은교> 때의 기대에 비해 필모그래피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안정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 능력으로 좋은 영화와 역할만 맡는다면 비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신작으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 출연 예정이다.

박소담, <검은 사제들>

국내에 오컬트 장르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영화 <검은 사제들>은 신부복을 패션복으로 만든 미남자 강동원과 함께 이 배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바로 몸에 악마가 빙의된 소녀 이영신이다. 마치 <엑소시스트>처럼 악령에 씌인 소녀 역을 공포 그 자체로 소화해낸 박소담은 이 한 편의 영화로 크게 주목받게 된다.

<검은 사제들> 이전까지 잘 알려진 작품이 없기에 신인으로 여겨졌던 박소담은 2013년부터 꾸준히 영화계에 얼굴을 알리며 조연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배우다. 당장 <검은 사제들>이 개봉한 2015년만 해도 7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렇게 달려오던 박소담은 비교적 빠른 시기에 번아웃에 빠졌다. 수많은 도전을 한 만큼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했던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호평을 듣는 연기가 있던 반면 혹평을 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의 공백기를 가지던 박소담은 기적처럼 찾아온 작품을 통해 세계에 얼굴을 알리게 된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이 작품에서 능청스런 제시카 역을 잘 소화해내며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작년에는 드라마 <청춘기록>이 좋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브라운관에도 안착했다. 올해 <특송>과 <유령>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다미, <마녀>

<신세계>를 통해 이름값을 높이게 된 박훈정 감독은 국내에서 시도하기 힘든 스타일의 작품 <마녀>에 도전했다. 이 작품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질감을 지닌 미스터리 액션 장르로 주인공 ‘마녀’의 캐릭터가 얼마나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무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주인공은 신인 김다미였다.

이 한 편의 영화는 김다미를 괴물신인으로 만들어줬다. 그해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고 열광한 배우가 된 것이다. 볼이 빵빵한 귀여운 외모를 보여주다 갑자기 ‘마녀’로 돌변한 김다미의 모습은 관객들을 영화에 매료시켰다. 이후 <마녀2>에 출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제작이 길어지면서 드라마로 눈을 돌리게 된다. 놀랍게도 첫 드라마 작품인 <이태원 클라쓰>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김다미는 영화와 드라마 모두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는 캐릭터를 연기할 줄 아는 김다미는 아직은 보여준 게 적은 배우다. 다르게 말하자면 보여줄 게 많이 남은 배우라는 소리가 될 것이다. 올해 중국영화를 리메이크한 <나의 소울메이트>와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선보일 예정으로 다시 한 번 히트를 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태리, <아가씨>

배우란 직업의 좋은 점은 나이가 들어도 그 나이 대에 맞는 배역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배우는 언제든지 피어날 수 있는 꽃과 같다. 늦게 피어도 꽃은 꽃이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김태리는 2014년에 처음 소속사와 계약을 맺으며 연예계에 입성했다. 처음부터 큰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았던 김태리는 소속사의 권유로 이 영화의 오디션에 참여해 스타가 된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신인 여자 배우를 구하는 캐스팅 공고를 냈는데 그 조건이 파격적이었다. 동성애와 최고 수준의 노출을 요구했고 합의 불가였다. 그는 1500명 가까운 배우들을 보고 다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던 중 김태리를 만났고, 오디션을 보면서 딱 원하는 배우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김태리는 대담한 연기로 단 번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해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를 빛낸 신예 4며에 이름을 올렸다.

탄탄한 연기력에 소녀 같이 앳된 외모를 지닌 김태리는 빠르게 커리어를 채워나간다. 영화 <1987>과 <리틀 포레스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가 연달아 성공을 거두었다. 드라마 역시 2018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선샤인>에서 주연을 맡아 대성공을 거둔다. 올해 흥행의 귀재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에 출연하는 만큼 또 다른 성공을 기대하게 만든다.

박보영, <과속스캔들>

2008년, 세 편의 영화에 연달아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배우는 그중 한 편이 8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끝없는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배우 차태현을 끌어올려준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은 왕년의 톱스타 앞에 갑자기 딸이라고 나타난 미혼모 황제인 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며 주목을 받는다.

외모와 연기를 모두 가진 신인 박보영은 이후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소속사와의 송사 문제로 20대 초반의 나이에 4년을 강제 공백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라이징 스타의 경우 공백기가 길어지면 다른 배우가 그 자리를 대체해 인기를 잃게 된다. 히트작이라고는 한 두 작품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기의 박보영이 상황을 뒤집은 건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서였다.

이 작품에서 ‘늑대소년’ 역의 송중기와 절절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과속스캔들>에 이어 다시 한 번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는 히트작을 필모그래피에 남긴다. 이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과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뽀블리’라는 사랑스런 별명과 함께 로코퀸에 등극한다. 영화 역시 잠시 주춤했지만 2018년 <너의 결혼식>이 흥행에 성공하며 로코퀸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현재 이병헌, 박서준과 주연을 맡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전종서, <버닝>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여러 모로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였다. 초기에는 원빈의 출연설이 있었고, 이후 유아인-강동원-설리가 주연을 맡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돌고 돌아 최종적으로 유아인과 스티븐 연, 그리고 신예 전종서가 캐스팅되었다. 독특한 마스크는 물론 출중한 연기력으로 단 번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핫한 배우로 올라선다.

이 영화에서 전종서는 노을 진 하늘 아래에서 반라 상태로 춤을 추는 장면을 선보였다. 다소 우스꽝스럽거나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며 ‘이 배우 뭐지?’ 하는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 호기심이 확신으로 바뀐 건 <콜>을 통해서다. 이 작품에서 파괴력 넘치는 악역을 연기하며 백상예술대상에서 만장일치로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이견이 없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버닝>에서는 이미지와 가능성을, <콜>에서는 완성형 연기를 선보인 전종서는 벌써부터 과속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 개봉 예정인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을 통해 할리우드 데뷔 예정이며 2022년에는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주연을 맡았다. 단 두 작품에 출연했을 뿐인데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수지, <건축학개론>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했을 때부터 이미 뛰어난 외모로 이름을 알린 수지는 연기에 도전하자마자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2021년 개봉한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맡은 양서연 역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국민 첫사랑’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 역시 첫사랑 영화의 대명사격으로 자리를 잡으며 수지는 성공적으로 배우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후 수지는 그 성공이 외모 때문인지 아니면 외모에 실력이 가려진 것인지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이 된다. 가수.연기자.예능인으로 모두 신인상을 받으며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갖추었으나 어느 한 분야에서 특출 난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허나 미쓰에이 시절에는 메인보컬이었을 만큼 가창력이 좋고 배우로도 꾸준히 호평을 듣는 만큼 외모에 실력이 가려진다는 평도 존재한다.

놀라운 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MBC와 SBS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이 배우가 94년생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며 매년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꾸준히 주연으로 활동을 하는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서 박보검과 함께 주연을 맡으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임지연, <인간중독>

배우에게 있어 외모는 분명한 무기다. 그저 외모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환호 받는 배우가 있다. <인간중독>에서의 임지연은 그런 신비함을 지닌 배우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누군가의 일상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파격적인 노출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이후 <간신>을 통해서도 역시나 신비로운 이미지와 노출로 시선을 모았다.

신비롭다는 건 다르게 말하자면 보여준 게 많지 않다는 의미다. 임지연이 맡은 캐릭터들은 이미지에 중점을 두었을 뿐 연기력을 주목받는 역할은 아니었다. 이후 브라운관을 향한 임지연은 영화 때부터 위태로워 보였던 연기력에 한계를 보여주며 아쉬운 모습을 연달아 내비친다. 이미지를 통해 주목을 받았으나 그 시선을 이끌어 나갈 무기를 정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전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드라마 <웰컴2라이프>와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걸크러쉬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드디어 임지연의 매력을 찾았다’라는 긍정적인 평을 듣게 된다. 예능에서도 얼굴을 내비치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임지연은 올해 윤계상 주연의 영화 <유체이탈자>를 통해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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