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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반] 시대의 슬픔과 두려움을 담은 태국공포

‘싸반’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OTT 시장의 발달과 다양한 영화 커뮤니티의 등장은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즐기고 발견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중국과 일본, 인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아시아 영화 역시 국내에서 조명 받고 있다. 특히 각 국가마다 특화된 장르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대만하면 로맨스, 인도네시아 하면 청불 액션 등이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여기에 태국은 공포영화 하면 일본보다 먼저 떠오르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셔터>, <샴>, <포비아> 등으로 주목을 받은 태국 공포영화는 최근 나홍진 감독과 태국 공포영화의 거장 반종 피산다나쿤이 합작한 <랑종>을 통해 국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말 그대로 태국=공포영화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싸반>은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받는 태국 공포영화다. 티빙을 통해 국내에 OTT로 소개된 바 있는 공포영화 <스위머스>의 소폰 사크다피싯 감독이 메가폰을 쥐며 태국 신흥 공포영화 감독으로의 저력을 선보인다.

공포영화가 공포를 유발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시대의 슬픔이다. 최근 개봉한 여고괴담의 새 시리즈 작품인 <모교>의 경우 군부 독재정권 시대를, 스페인 공포영화 <그집>은 프랑코 독재정권 당시를 공포의 원한을 만들어낸 시대상으로 설정했다. <싸반> 역시 이런 시대의 슬픔을 담아낸다. 그 시대의 슬픔은 우리에게 큰 공감을 가져오는 때이다. 바로 우리나라가 1998년 겪었던 IMF다.

1997년, 15살의 보움과 이브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버지가 함께 건축하고 있는 샤톤 타워 기둥에 서로의 손을 맞대고 그림을 그린다. 이 그림은 두 사람 우정의 상징과 함께 샤톤 타워가 완공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비극을 상징한다. 태국에 IMF가 터지면서 샤톤 타워의 건설은 중단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부모는 금전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다.

‘싸반’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보움은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로 인해 삶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이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이브 역시 마찬가지. 보움은 함께 목숨을 끊자며 이브를 샤톤 타워로 불러낸다. 허나 자살을 택한 이브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보움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20년 뒤, 성공한 여성 사업가가 된 보움은 자신의 회사가 건설 중이던 건물이 사고로 중단위기를 겪게 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샤톤 타워 완공 계획을 세운다.

보움과 함께 샤톤 타워를 방문한 벨은 그곳에서 낡은 삐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벨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벽에 과거 보움과 이브가 기둥에 그린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누군가 집에 들어온 거처럼 행동하는 것. 외부에서는 벨의 몽유병이 다시 도졌다고 여기지만 보움은 그 의미를 알기에 공포를 느낀다. 계속되는 이상행동을 보이던 벨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며 보움은 이브의 원혼이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 작품은 <랑종>처럼 몽유병에 걸린 거처럼 밤중에 섬뜩한 행동을 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귀신을 보는 소년을 통해 보움이 이브와 소통하려 하는 장면은 오컬트 공포의 모습을, 집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은 하우스호러의 면모를 선보인다. 여기에 아버지 세대의 과오가 만든 원혼이 세대를 넘은 공포로 가다온다는 점은 동양공포 특유의 한과 슬픔을 보여준다.

‘싸반’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익숙한 색이지만 다채롭게 배치하며 신선함을 주는 이 공포영화는 초반부 가슴 아픈 드라마와 중반부 섬뜩한 호러로 만족감을 준다. 다만 후반부는 아쉬움이 남는다. 슬픈 공포를 시도하는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딜레마를 지닌다. 감정을 얼마나 배출해야 하는지 이다. 감정을 지나치게 분출하게 되면 공포의 섬뜩함이 축축하게 물들어 장르적인 매력을 주지 못한다. 반대로 슬픔을 과하게 응축하면 스토리가 지닌 매력이 감소된다.

이 작품은 전자를 택한 작품이다.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진 아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자식 세대의 역경과 공포를 담아내며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 다만 이 감정이 후반부를 지나치게 잡아먹다 보니 앞서 선보였던 공포의 묘미가 희석된다. 견고하게 쌓아올린 스토리와 주제의식을 완벽하게 전하려다 보니 공포 그 자체가 지닌 힘은 반감이 된다. 이는 <모교>가 범했던 실수이기도 하다.

동양공포의 핵심적인 감정인 한은 줄거리만 보면 공포와 작품성을 동시에 잡아낼 수 있는 핵심적인 정서가 되지만 영상화 하였을 때 그 조절이 쉽지 않다. <싸반>은 태국공포가 지닌 장점을 잘 살리지만 후반부에 감정을 과하게 부어넣으며 갑작스런 소나기로 축축하게 젖어버린다. 그럼에도 태국이 지닌 공포장르의 저력을 확인할 만한 장르적인 재미는 전달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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