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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개월의 미래]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세상의 끝>, <여담들>, <남자들> 등 독특하고 감각적인 단편 영화들로 주목을 받아왔던 남궁선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가 찾아온다. 남궁선 감독은 일상에서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청춘들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남다르게 표현해 내는 재주가 있는 감독이다. 감독은 청춘과 함께 늘 종말에 대한 주제를 다뤄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예상치 못한 임신’을 마주한 프로그래머 ‘미래(최성은)’를 주인공으로 재기 발랄한 전개를 펼친다.

예상치 못한 임신, 갑자기 갖게 된 아기에 관한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십개월의 미래>에서 이 사건을 마주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주인공 미래가 이 엄청난 사건을 대하는 방식을 감독은 여러 개의 챕터로 구분 어 속도감 있게, 그러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완성시킨다. 처음에는 부정하기도 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지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이 주인공 미래에게 어떤 면에서는 ‘종말’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미래는 임신이라는 사건을 마주하자마자 자신의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해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대사를 내뱉을 정도로, 미래의 세계에는 혼돈, 카오스가 찾아온다.

어느 여성에게나 벌어질법한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상당히 사실적이다. 그간 미디어에서 다뤄진 임신이 허상의 이미지처럼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이다. 길에서 만난 초등학생에게 돼지라는 소리를 듣는다거나, 배가 불러서 주차된 차 사이를 쉽게 지나가지 못하는 등, 감독은 이러한 일화들을 주변의 경험담을 통해 수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전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주인공 미래가 새로이 마주하는 상황들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서히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의 십개월은 빠르게 흘러간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미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임신한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한다는 점일 것이다. 극 에는 미래보다 먼저 출산을 하게 되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자신이 점점 지워지고 아기만 남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처럼 미래가 타인을 통해, 혹은 직접 체험하게 되는 상황들을 관객은 함께 겪으며 새로운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무게도 함께 느끼게 된다.

남궁선 감독은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굴해오기로도 유명하다. ‘미래’ 역을 맡은 최성은 배우는 <시동>, 그리고 드라마 [괴물]에서 활약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는 무서운 신예다. 연기력으로 무장한 이 배우는, 서영주, 유이든 등 꾸미거나 더하지 않은 연기를 해내는 배우들과 뛰어난 합을 보여주며 그야말로 영화를 ‘있을법한’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십개월의 미래>는 오는 10월 14일 개봉한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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