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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포일러 주의,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한 이유

멀티버스의 문을 열어줄 것을 예고하며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뜨거운 관심 속에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스파이더맨’이라는 단독 캐릭터보다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소니 스파이더맨의 본격적인 연계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는데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하자마자 사랑받고 있는 이유, 그리고 마블이 앞으로 그려낼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본 리뷰에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팬들의 예상과 기대, 그대로 전개되었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독으로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지만, 기존에 나온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마블의 영화들, 그리고 소니에서 만든 <베놈>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보고 나서 관람한다면 즐거움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앞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관람한 팬들은, 해당 작품이 열어준 멀티버스(다중우주)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이번 스파이더맨의 전개를 예상해왔습니다. 멀티버스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차원에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이 이론을 기반으로 하면 스파이더맨은 동시에 여러 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캐스팅이 공개되었을 때, 출연진에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베네딕트 웡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타임스톤’을 다루는 그의 능력과 연계시켜 마블 세계관과의 통합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톰 홀랜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벤져스’와 연계된 가장 최근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이전에는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존재했고, 그 다음으로는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나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팬들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는 각각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역대 스파이더맨이 모두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팬들이 예상한 대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는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함께 나옵니다. 일명 ‘삼스파’라고 불리게 됐죠.

알고 봐도 대단했던 ‘삼스파’의 등장

모두가 예상한 삼스파의 출연, 하지만 알고 보아도 가슴 벅찬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는 영화의 초반부터 대놓고 등장하지 않습니다. 톰 홀랜드와 닥터 스트레인지가 주문을 실패한 탓에 평행우주가 열리고, ‘스파이더맨을 아는 사람들’이 다른 차원으로부터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전 시리즈의 빌런들이 소환되죠. 물론 이들이 등장했을 때에도 반가움은 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삼스파의 등장 여부가 아직은 가능성일 뿐, 실현되지 않았기에 긴장감과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빌런을 먼저 소환한 다음 삼스파를 소환하는 순서도 훌륭했지만, ‘복면을 벗기 전까진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스파이더맨의 오랜 전통 같은 특징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네드와 MJ가 찾으려던 스파이더맨은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였는데, 문이 열리고 걸어 들어와 복면을 벗으니 앤드류 가필드가 나왔습니다. 언론 시사회가 열린 상영관에서는 놀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이어서 토비 맥과이어까지 등장했을 때에는, 한층 차분한, 그러나 벅찬 박수가 상영관을 채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죠.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얼굴만 보아도 반가운 관객들이 많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스파이더맨’인 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만의 여러 특징들을 이 세 명의 서로 다른 스파이디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관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서로 다른 차원 속 동일 인물인 만큼 ‘피터 파커’라는 이름을 모두가 공유하고, 각자에게 소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관계적인 유사성 또한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삼스파의 등장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두 번째 기회, 결자해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바로 ‘Second Chance(두 번째 기회)’입니다. 메이 숙모가 강조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피터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빌런들을 치료하기로 하면서 언급하는 단어입니다. 빌런들은 자신의 세계에서는 이미 죽었거나, 죽을 운명인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아는 톰 홀랜드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이미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셈이었죠.

이 빌런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연결이 만들어집니다. 그저 삼스파가 합동 작전을 통해 한꺼번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각자의 세계에서 얽혔던 빌런과 각 스파이더맨의 재대결이 펼쳐졌습니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메인 빌런인 샌드맨은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의 원수입니다. 따라서 결정적인 순간 그에게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은 토비 맥과이어죠. 일렉트로의 경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메인 빌런으로,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의 세계에서 왔기 때문에 역시 그의 손에 운명을 맡깁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단순히 ‘재대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각자의 잘못과 후회, 트라우마를 극복할 기회 역시 주어지죠.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가장 소중한 여자친구 그웬을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가장 소중한 연인 MJ를 위기의 순간 멋지게 구해내죠. 그의 전사를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눈물을 참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벤 삼촌을 죽게 한 진범, 샌드맨을 기존 시리즈에서 죽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복수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복수를 한다고 해서 마음이 결코 편해지지는 않는단 이야기를 톰 홀랜드에게 하기도 하죠. 그래서 메이 숙모를 죽게 한 고블린에게 톰 홀랜드가 복수를 하려는 순간, 그를 막아섭니다. 자신과 똑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죠.

마지막으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이 모든 사건을 벌인 원인 제공자입니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서 친구들이 MIT 대학에 떨어지자, 사람들의 기억을 바꿔보려던 계획 때문에 멀티버스가 열린 셈이죠.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톰 홀랜드 역시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결국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겠다는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 정신에 걸맞게, 삼스파는 각각 희생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선’에 대한 믿음과 희망

영화가 엔딩으로 향하면서 가장 짙게 느껴지는 정신은 ‘선’이었습니다. 애초에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선택 자체가 사람들, 심지어는 빌런들이 가진 선한 본성에 관한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삼스파는 각자에게 원수와도 다름없는 적을 용서하고 바로잡는 모습까지 보여주죠. 여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정체를 모르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고수하는 모습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멀티버스가 열리고, 각종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 원인 중에는 결코 ‘나쁜 의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터 파커 역시 친구들을 위해 방법을 찾으려던 것이었고, MJ와 네드는 그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주기까지 합니다.

반면 고블린의 대사 중에는 ‘No good deed goes unpunished. (호의가 화를 부르는 법이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빌런의 대사이긴 하지만 피터가 벌인 상황에 들어맞는 말이면서도, 이 모든 것이 ‘선한 의도’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죠.

스파이더맨은 늘 위험에 처한 이웃들을 구해주는 친근한 시민 영웅이었습니다. 마지막 즈음 MJ가 일하는 카페의 머그컵에는 ‘We’re happy to serve you.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카메라는 한동안 이 메시지를 응시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초반부에 뱉었던 대사인데요, 빌런들이 넘어오고 피터가 자신의 ‘두 번째 기회’ 계획을 설명하자 그는 ‘정해진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부정합니다. 그러나 마침내 피터의 계획이 성공한 것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금 선, 그리고 두 번째 기회를 믿게 되는 것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이 발언은 마블 세계관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앞으로의 마블은 어떻게 흘러갈까? (Feat. 쿠키영상)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와의 결투를 앞두고 어벤져스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한 가지 수, 즉 ‘엔드게임’ 최종전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현명한 존재이고, 미래를 내다보며 경우의 수를 계산해 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가 내뱉는 것이 어벤져스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왔죠.

하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정해진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그의 예상이 빗나간 것을 통해 우리는 타노스의 ‘블립’ 사건 당시의 그 선택이 과연 ‘최후의 수단’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해 볼 여지를 갖게 됩니다. 멀티버스가 열어준 가능성일지는 몰라도, 얼마든지 과거를 뒤집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은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미 죽은 어벤져스의 멤버들에게도 멀티버스를 통해 회생할 기회 혹은 재등장을 기대해 봐도 좋겠죠?

일렉트로 역의 제이미 폭스는 극 중에서 “흑인 스파이더맨도 있겠지”라는 대사를 던지게 되는데, 이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흑인 스파이더맨 마일즈를 넌지시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멀티버스라는 공통점 외에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스토리적인 연결고리는 딱히 보여주지 않았는데, 앞으로 세 편의 영화가 제작되기로 한 만큼, 이후 시리즈에서의 연결이 기대됩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쿠키영상은 총 두 편이었습니다. 첫 번째 쿠키에서는 <베놈>의 에디가 등장해서, 심비오트와 베놈이 이 세계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예고했습니다. 크레딧 이후에 나온 두 번째 쿠키에선 닥터 스트레인지가 어벤져스의 완다 막시모프를 찾아가는데요, 여기서 나누는 대화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묻는 완다에게 닥터 스트레인지는 ‘웨스트뷰 일로 온 것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하죠. 이 ‘웨스트뷰 사건’은 바로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완다비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둘의 만남으로 인해 <완다비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의 세계관 속에서 이미 벌어진 일로써 인정되고, 완다의 합류와 <완다비전>에서 새로이 등장했던 빌런의 재등장까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훌륭했던 이유는 단독으로 보아도 재미있는 오락 영화인 동시에 이렇듯 마블이라는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덕후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벅찬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마블에서 내놓은 <이터널스>, <샹치: 텐링즈의 전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모이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MCU가 그려낼 완성된 그림이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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