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공포영화 <서울괴담>은 독특한 시도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오컬트, 좀비, 심리공포 등의 장르 대신 정통공포를 택했다. 다수의 감독이 참여해 에피소드를 하나씩 담당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들과 달리 모든 에피소드의 감독과 작가가 동일하다. 여기에 배역진 중 대다수를 아이돌 또는 아이돌 출신으로 캐스팅 하며 K-POP의 주역들이 K-호러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 작품은 제목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 보여준다.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에 대한 괴담을 소재로 한다. 각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장소와 소재는 도시와 연관되어 있다. ‘빨간옷’ ‘층간소음’ ‘중고가구’는 원룸을 배경으로 한다. ‘빨간옷’과 ‘중고가구’는 혼자 사는 여성이 겪는 공포를, ‘층간소음’은 층간소음을 소재로 공포를 펼친다. ‘중고가구’의 경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중고거래를 괴담과 연결한다.
‘방탈출’ ‘얼굴도둑’은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한다. <이스케이프 룸> 등의 작품에서 선보인 방탈출이란 소재는 아직 공포장르에서 활성화된 소재가 아니다. 익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터널’로 시작해 신선한 소재인 ‘방탈출’로 마무리를 하며 극적인 구성에 완성도를 더한다. ‘얼굴도둑’은 SNS를 소재로 셀럽을 향한 열망이 공포가 되는 순간을 조명한다. <팔로우>를 비롯해 SNS를 소재로 한 공포에 <기기괴괴 성형수>와 같은 기괴함을 더하며 색다른 질감을 준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홍원기는 세련된 영상미를 통해 공포의 질감을 배가시킨다. 데이빗 핀처, 마이클 베이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상업영화 감독들의 경우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뒤 영화계에 진출해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장면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완성도 높은 편집을 장점으로 내세운 이 감독들처럼 홍원기 감독 역시 장편 데뷔작을 통해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괴담>은 태생적으로 지닌 두 가지 결점을 보완해내는 힘 역시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정통공포가 지닌 한계다. 오컬트와 좀비물, 심리공포의 유행 속에서도 정통공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장산범>, <귀문> 등의 영화가 정통공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포의 질감에서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튜브의 등장 이후 힘을 잃어버린 정통공포의 한계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이 한계를 극복해내기 위해 <서울괴담>은 오직 쾌감에만 집중한다. 사회적인 의미나 심리적인 공포는 소재에만 내재해 둔다. 전개에 있어 공포를 주는 데에 집중하며 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기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10~15분 정도의 분량으로 유튜브의 리듬감에 익숙한 관객에게 어필하는 요소를 지닌다. 유튜브에서 즐기는 공포 콘텐츠의 쾌감에 세련된 영상이 더해지니 질감이 배가 된다.
두 번째는 아이돌의 캐스팅이다. 아이돌 캐스팅은 화제성을 모을 수 있지만 극을 이끌어가기에 부족한 연기력이 발산될 수 있는 위험을 지닌다. 때문에 연기력이 검증된 아이돌이 아니라면 비중이 적은 조연이 주 배역으로 주어진다. 이 작품은 각 에피소드를 아이돌 배우가 홀로 이끌어 나가는 구성이 다수다. 때문에 모두가 상업영화에서 주연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게 되었다.
작품은 이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택했다. 각 에피소드는 짧은 런닝타임은 물론 쾌감에 집중하는 원사이드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다.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기에 배우가 한 가지 모습에만 집중할 수 있다. 동시에 배역의 연령대와 역할 역시 배우에 맞추며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때문에 모든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괴담이 지닌 특성상 개연성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를 덮을 장르적인 묘미가 상당하다. 유튜브로 공포를 배운 1020세대는 물론이고 일인가구가 보편화 된 3040 세대 역시 공감할 수 있는 도시괴담을 담았다. 기존 정통공포 영화들이 보여줬던 쾌감만 가져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낸 이 작품은 한국공포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곤지암>에 이어 깜짝 흥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