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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의 두 여자] 사랑 이후 남겨진 상처를 봉합하는 방법

<사랑 후의 두 여자> 스틸컷 / 판씨네마

사랑에 있어 여성의 희생과 인내는 통속극의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이 통속극의 향수를 현대의 여성영화에 접목하며 클리셰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남편의 죽음 이후 그 외도를 알게 된 아내의 모습을 고전적인 여성상을 바탕으로 그리지만 심리적인 깊이를 더해 내적인 격렬함을 담는다. 여기서 말하는 고전적인 여성상이란 희생과 인내다.

메리는 파키스탄 출신의 남편 아메드를 위해 종교를 바꾸고 결혼한다. 1970년대 메리의 이 선택은 당시로는 큰 희생과 인내를 결심해야 했던 대목이다. 히잡을 두른 영국 백인 여성의 모습은 현대에도 호기심을 자아낼 만큼 평범하지 않은 삶의 모습이다. 결혼을 위해 자신이 지닌 선택지 중 많은 걸 포기해야 했던 메리는 남편의 죽음 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에게 숨겨둔 여자가 있다는 점이다.

영국 도버의 새하얀 백악 절벽의 백악 일부가 무너지는 모습은 메리가 이 사실을 알고 프랑스를 향하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이 장면은 메리의 심리를 상징한다. 백악 절벽은 대륙 침략에 대한 영국의 방어를 상징하는 장소이자 영국과 대륙을 연결하는 곳이다. 아메드가 프랑스에 사는 여자인 쥬느와 바람을 피웠다는 점에서 그들의 결혼이 쥬느에 의해 무너졌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도버 해협을 지나 메리가 향한 곳은 프랑스의 해안 도시 칼레다. 이사를 앞둔 쥬느는 메리를 이사도우미로 착각하고 일을 시킨다. 그리고 메리는 그 착각을 받아들여 그 집에서 아메드가 남긴 자취들을 보게 된다. 메리의 캐릭터는 당차고 주체적이지 않다. 쥬느에게 당당하게 아메드의 죽음을 말하고 관계에 대해 따지지 못한다. 이 메리의 인내는 해변에 누워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으로 대표된다.

흠뻑 젖은 메리의 히잡은 남편이 그녀에게 남긴 건 슬픔뿐임을 보여준다. 마른 체형의 쥬느를 만난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쥬느의 침실에서 히잡을 벗는 장면 등은 자신과 다른 모습이기에 쥬느를 좋아했던 게 아닌가 하는 메리의 마음을 보여준다. 알라 신에게 기도를 드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지난 삶에 대한 회의와 고통, 울분을 담아내며 정적인 분위기 속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힘을 분출한다.

<사랑 후의 두 여자> 스틸컷 / 판씨네마

아메드가 항해사였다는 점, 도버 해협으로 영국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쥬느의 거주지는 칼레로 설정된 거처럼 보이나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칼레는 침략의 역사가 많은 도시다. 이 슬픔은 쥬느의 캐릭터에도 담겨 있다. 쥬느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아메드가 불륜 관계를 맺은 그녀는 아들 솔로몬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건 물론 혼인으로 엮이지 않았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지닌다.

아메드가 남긴 상처는 사랑 후에만 존재했던 게 아니다. 두 여자 모두 아메드의 사랑을 택한 대가로 인내를 겪어야만 했고, 그의 죽음 이후 더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알림 칸 감독은 장소가 지닌 상징성과 두 배우의 행동을 통해 은유적으로 이 감정을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남성 감독임에도 여성 감독들 못지않게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이들에게 남겨진 상흔을 조명한다.

이 상흔의 회복이 연대로 이뤄질 것이란 건 수미상관의 구조로 비추는 백악 절벽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 백악 절벽에는 침략의 고통과 함께 영국과 대륙의 통로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는 메리와 쥬느가 서로를 통해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솔로몬의 존재는 이 통로로 두 사람이 함께 갈 것을 보여준다. 솔로몬은 아메드의 분신이란 의미보다는 두 여성의 상처가 동시에 반영된 존재의 성격이 강하다.

솔로몬의 존재를 봤기에 메리는 더 자신의 정체를 밝히길 꺼려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솔로몬을 위해 쥬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작품의 구성상 메리의 존재가 같은 상처를 공유한다는 아픔으로만 쥬느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솔로몬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메리라는 점은 두 여성 사이의 연대를 가져온다. 이는 사랑 후 남겨진 더 큰 상처를 치유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두 여성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극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조안나 스캔런과 나탈리 리샤르라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들의 연기는 서로 다른 사랑 속에서 다른 상처를 품고 살아야 했던 메리와 쥬느의 캐릭터가 지닌 내면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사랑의 종착역에서 더 위대하고 따뜻한 사랑의 시작점을 형성한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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