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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를 떠나 보내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블의 신작이자 24번째 영화, 마블 페이즈 4의 첫 영화 <블랙 위도우>가 마침내 관객과 만난다. 이번 영화를 끝으로 마블 시리즈를 떠나는 스칼렛 요한슨의 마지막 영화이자 처음으로 알려지는 나타샤 로마노프의 백 스토리가 담겼다. 10년 전 <아이언 맨 2>에서 처음 등장해 마블 시리즈의 7편에 출연한 걸출한 조연인 나타샤의 과거, 가족, 정체성에 대해 논한다.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은 그녀의 숨겨진 과거이자 솔로 영화다.

배경은 1995년부터 21년 후인 2016년이다. 영화적으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직전의 시간으로 환산할 수 있다. 무자비한 킬러, 스파이의 숙명을 버리고 슈퍼 히어로가 된 시점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화해하는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기묘한 이야기]의 데이빗 하버, <미이라>의 레이첼 와이즈, <미드소마>의 플로렌스 퓨가 응집된 서사가 탄탄한 뒷받침을 해준다.

소련의 스파이 양성 기관 레드룸의 정체도 밝혀진다. 레드룸은 여자아이들을 스파이 겸 킬러 ‘위도우(살인병기)’로 키우는 기관이다. 영화를 통해 1세대 블랙 위도우 멜리나(레이첼 와일드)와 2세대 나타샤(스칼렛 요한슨), 옐리나(플로렌스 퓨) 그리고 양성하는 중인 3세대와의 조우이면서도 시스터후드의 연대성을 갖는다.

나타샤와 위장 가족으로 엮인 멜리나, 알렉세이(데이빗 하버), 옐레나는 199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는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젝트가 들켜 급하게 떠나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가까스로 성공하지만. 그날 이후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단 5%만 살아남는다는 테스트를 통과해 살아남아 위도우가 되었고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의 심복으로 철저히 이용당해왔다.

그로부터 21년 후. 위도우로 성장한 옐레나가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해독제의 은신처로 언니 나타샤를 찾으며 둘은 재회한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격렬한 싸움으로 회포를 풀고 해독제를 찾으려는 빌런 태스크마스터를 따돌리며 알렉세이를 만나러 떠난다. 알렉세이는 95년 이후 드레이코프에게 토사구팽 당해 감옥에 있었다. 자신의 맞수 캡틴 아메리카를 자랑삼아 떠들며 지루한 감옥살이를 하던 중 두 딸들이 구하러 온 덕분에 자유를 만끽한다.

한편, 나타샤는 킬러 양성소 레드룸을 파괴했다고 철석같이 믿었으나, 옐레나를 통해 아직도 전재하고 있음을 확인,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로써 레드룸의 근거지를 찾기 위해 멜리나를 만나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21년 만에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된다.

영화의 메시지는 디즈니 다운 ‘가족주의’다. 나타샤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이 포착된다. 어벤져스를 가족으로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따뜻했던 오하이오의 행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3년간의 극비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에 사는 단란한 가족인척했던 네 사람은 드디어 고국으로 소환되고 비극이 시작된다.”아픈 만큼 강해지는 거야. 절대 너 자신을 잃지 마”라고 했던 멜리나의 말을 신념처럼 지켜왔다. 때문에 나타샤가 레드룸을 탈출해 미국으로 오기까지의 갖은 고난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드디어 밝혀진다.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무엇보다 마블 영화답게 화려한 액션은 정점을 찍었다. 여성 액션은 약하다는 편견을 타파하는 활강하는 액션이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선보인다. 도심 한복판의 장갑차 추격전, 비행기에서의 스카이다이빙 등 CG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직접 나선 배우의 생동감 넘치는 액션이 담겼다.

완벽한 여성 서다다.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진한 연대가 느껴지는 옐레나와의 티키타카 케미도 진지한 분위기를 상쇄하는 코믹 요소다. 나타샤가 이성적이면서도 섬세한 반면 옐레나는 직설적이고 화끈하다.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가졌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시스터 후드를 형성한다. 무거웠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홀가분하게 마음의 평화를 찾은 블랙 위도우의 성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레드룸 수장 드레이코프의 막강한 영향력도 관전 포인트다. 뇌를 조정하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훔침으로써 기술보다 더욱 막강한 비밀을 무기로 차용한 기술력으로 위협한다. 위도우와 드레이코프와의 관계는 명확한 가스라이팅으로 영화계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하비 와인스타인의 향한 은유다.

새삼 원년 멤버임에도 어벤져스의 주역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캐릭터의 개인사로 인해 공감과 연민이 뒤따른다. 10년 동안 고생했던 나타샤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러닝타임이지만 잘 몰랐던 나타샤를 해부하는 과정 이상의 헌정이래 봐도 좋겠다. 2년 만의 마블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한 네 캐릭터는 각자의 매력을 어필하면서도 나타샤의 피날레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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