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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VS 스피어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다큐멘터리에 부여하는 시의성

월드 스타,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이름 ‘브리트니 스피어스’. 파격적인 데뷔 후 지난 십여 년간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여러 차례, 그녀의 친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는 지난 13년 동안 ‘후견인 제도’를 통해 그녀의 모든 인권을 가로챘다. 이 이야기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Britney vs. Spears)>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가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2000년대의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파파라치들에게 시달려야 했으며 일상에서 무엇을 하든 사진이 찍히고, 제보당해왔다. 대중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공개당하며 살아왔던 셈이다. 2019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친아버지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것은 미국에 존재하는 ‘후견인 제도’. 이 제도는 거동이 불편하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존재하는데, 후견인은 대상자의 집과 신용카드를 관리하거나 건강에 관한 의사결정 등 대부분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현재까지 약 13년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후견인 자리에 있는 그녀의 친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는, 브리트니 본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멀쩡한 상태임에도 재산과 음악의 저작권 등 각종 권리를 놔주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이 최근에서야 알려진 것도 브리트니가 자신의 모든 권리를 후견인인 아버지에게 빼앗겨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며, 해당 내용은 뉴욕타임즈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 (Framing Britney Spears)’를 통해 조명되기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인생 전반에 관해 다루며 그녀의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들을 보여줌으로써 후견인 제도의 폐단을 고발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프레이밍 브리트니 (Framing Britney Spears)’가 미국의 OTT 플랫폼 ‘훌루(Hulu)’를 통해 공개된 것은 지난 2월. 약 8개월 만에 뉴욕타임즈는 후속 다큐멘터리인 ‘컨트롤링 브리트니 (Controlling Britney Spears)’를 내놓았으며, 이번에 공개된 <브리트니 VS 스피어스>는 앞선 두 콘텐츠에 대한 후속 이야기로 넷플릭스에서 영화의 형태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이다. 앞선 두 작품과의 차별점은, 시리즈, 에피소드와 영화라는 형식의 차이도 있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 본인이 법원을 상대로 후견인 제도를 끝낼 것을 요청한 현재 상황과, 본인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점에 있다.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프레임에 걸맞게, 감독인 에린 리 카가 서술자로 나서며 효과적인 플롯을 구성했다. 영화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여과 없이 담겨있으며, 에린 리 카 감독과 그리고 제니 엘리스쿠 기자가 브리트니와 실제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담겨있었다. 마치 법원에서 증언을 하는 ‘증인’처럼 영화의 제작자들이 스크린 앞에 직접 나서며 진성성을 이끌어냈고, 브리트니라는 대중의 아이콘을 한 명의 ‘사람’, 즉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정작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브리트니의 상황을 쭉 보고 있자면 답답한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게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리한 구성 방식이다. 현실에서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는 발언권이 없지 않은가. 줄곧 타인의 입을 통해서만 말하다가,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다큐멘터리는 브리트니에게 마이크를 넘겨준다. 지난 9월 28일 넷플릭스에 <브리트니 VS 스피어스>가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은 제이미 스피어스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후견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일시적인 자격 정지를 판결한 바 있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과 상황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인 만큼 이 영화는 단순 영상 콘텐츠라는 정체성을 뛰어넘어 한 사람의 인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자료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말하고, 비춤으로써 영화는 이렇게 세상을 바꾼다.

10월 22일 오늘, 새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후견인 자격이 정지되자 제이미 스피어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상대로 더 강한 대응을 위해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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