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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공생에 관한, 사려 깊은 코미디 액션

인간의 몸에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외계 생명체 ‘베놈’이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1편에서는 베놈에 관한 소개와 적응기였다면, 이번 ‘렛 데어 비 카니지’에서는 새로이 등장하는 빌런과의 갈등이 펼쳐진다. 특히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을 연기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앤디 서키스가 감독으로서 활약하여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카니지’가 이번 영화의 새로운 빌런이다. 2편의 시작이 되는 곳은 바로 ‘에스테스 소년원’. 이곳에 갇혀 지내던 클리터스 캐서디라는 인물이 사랑하던 여자친구를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고, 분노에 찬 세월 끝에 바깥세상에 나오게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앞서 1편의 쿠키영상에서 캐서디라는 이 인물이 잠깐 등장하기도 했는데, 갇혀있는 곳에서 나가면 ‘대학살(Carnage)’이 있을 거라는 예고를 던진 바 있다. 따라서 2편의 제목이 대학살, 그리고 새로운 빌런 카니지의 등장을 예고하듯 ‘렛 데어 비 카니지’가 된 것이다. 제목 그대로 이번 영화는 1편에서 던진 사소한 디테일들을 하나씩 이어가며 재미와 액션에 주력한 듯 보였다.

돌연변이, 뮤턴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았지만, 베놈 시리즈에는 나름의 차별점이 있다. 시리즈의 가장 처음, 외계에서 온 이 생명체를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특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좀비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베놈은 에디 브록(톰 하디)이라는 숙주를 선택해 지구에 적응하고, 에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흔히 좀비나 뮤턴트물에서 볼 수 있는 ‘괴물’과는 사뭇 다르게, 이성과 자아가 있고 대화가 통한다. 이 흥미로운 속성 덕에 ‘베놈’은 인간 세계에서 사랑이라는 영역에도 발을 들일 수 있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1편은 오롯이 ‘베놈’의 속성을 관객에게 각인시키는 데에 소비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구에 온 괴물의 적응기를 그렸다면, 2편에서는 공생을 시작한 인간과 베놈의 관계에 대해 심화된 고민들을 다룬다. 에디와 베놈의 말다툼은 흡사 부부 싸움을 연상시킬 정도인데, 남다른 개그코드로 몬스터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가 참신하고 유쾌하게 다가왔다. 에디를 잠시 떠나 자유를 되찾은 베놈은 ‘몬스터’임에도 스스로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대중 앞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해당 장면에서는 소수자와 인종에 관한 메시지마저 보여준다.

베놈이 숙주로 삼았던 에디의 육체를 탈출하고, 클리터스 캐서디가 갇혀있던 곳을 탈출하는 등, 이번 영화에서는 가둬둔 무언가가 틀을 깨고 나오는 속성이 상당히 돋보였다. ‘비밀’들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간직하기 어렵다는 대사도 언급되었을 정도로, 억압과 자유라는 테마를 내세워 공생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이 보인다.

소니와 마블의 결합, 나아가서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로 세계관이 확장되는 ‘베놈’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어찌 보면 덜 매운맛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확실한 테마에 기반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웰메이드 코미디이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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