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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헴] 스트레스 부르는 직장 상사를 대처하는 자세

사실 데릭은 변호사다. 최근 회사에 막대한 부를 안긴 승소 사건의 주인공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유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ID-7’ 바이러스 때문. 직장 상사를 해친 한 회사원의 잔혹한 행동이 바이러스 탓으로 돌려, 무죄판결 사례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회사는 희생양을 찾아 데릭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운다. 데릭은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버티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퇴사하려던 중 회사가 폐쇄된다. 회사 전체에 원인 모를 ID-7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각종 폭행, 살인, 성행위를 저질러도 그저 질병으로 간주하여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편, 신속하게 행동한 정부는 건물 환풍구에 해독제를 살포하고, 증세가 사라질 8시간 동안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말라며 격리 조처를 내린다. 건물 안의 사람들은 분노나 성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서로 치고받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마침, 은행 대출 연체로 집이 압류당할 위기의 멜라니(사마라 위빙)를 만나 한 팀이 된다. 멜라니는 방금전까지 억울함을 따지려고 왔지만 데릭 매몰차게 거부당해 소란을 피우던 중 지하실에 감금된 처지였다. 우연히 지하실에서 조우한 데릭과 멜라니는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전우가 된다. 둘은 힘을 합쳐 차례차례 앙갚음을 실행하고 최종 보스를 만나기 위해 꼭대기 층을 향해 나아간다.

분노 바이러스로 자제력을 잃는 회사원이 상사에게 한 일..

재미있는 점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8시간 근무 시간이 한계선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쳇바퀴 돌듯 끝나지 않는 노동 시간이 오히려 상사에게 갑질 가능한 유일한 시간으로 전환된다. 지금부터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므로 더욱 짜릿하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계급장 떼고 상사와 맞붙어도 되는 공식적인 시간이된 셈이다. 마치 상사와 8시간 동안 야자타임을 하는 것 처럼 통쾌한 역전극을 선사한다.

‘메이헴(Mayhem)’이란 아수라장을 뜻한다. 데릭의 잔인한 행동은 자신을 깔보고 무시했던 직장 상사를 향한다. 이성이 마비되어 참지 못하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천한다. 사무실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위, 커터칼, 볼펜, 각종 공구는 한순간에 잔혹한 살인 도구가 되어버린다.

오히려 상사는 면박 줬던 부하직원이 해코지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상황을 모면하고 도망가려 애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데릭은 지하실에 감금되어 한 줌의 빛도 받지 못했었지만, 모욕했던 상사의 펜트하우스까지 거침없이 직진한다.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은 가차 없이 박살 내고, 나가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로지 복수를 향해 치닫는다.

<메이헴>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최근 <미나리>의 스티븐 연이 출연해 뒤늦게 화제가 된 영화다. 국내 미개봉작이었지만 <미나리>의 화제성으로 최초 극장 개봉이 성사되기도 했다. 드라마 [워킹 데드]의 글렌 이미지를 가진 스티븐 연이 자제력을 잃고 날뛰는 상황을 즐기는 B급 코미디 영화다. 스티븐 연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 할 수 있다. 파트너로 등장하는 사마라 위빙과의 케미도 인상적이다. 영화 <사탄의 베이비시터>, <레디 오어 낫>, <건즈 아킴보> 등에서 보여준 개성 강한 캐릭터의 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직장인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요소들의 총집합체다. 매일 상사에게 멱살 잡혀 살고, 눈치코치 봐가며 대표의 딸랑이가 되어야 하는 신세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로하고 나선다. 상상으로나마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 상사를 때려눕히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큰 대리만족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임을 하듯 얄미운 상대방을 쥐고 흔들며 통쾌하게 터트린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는 상관이 있다면 통쾌한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겠다.

계급을 타파하기 위해 기차의 꼬리 칸에서 머리 칸까지 내달린 <설국열차>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된 데릭은 갖은 술수로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사를 골탕 먹이는 데 성공한다. 그로 인한 타격감과 스트레스 해소 지수가 상당하다. 더 높은 것만 추구하는 쾌락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린 극단적 인간을 향한 풍자가 뒤통수를 때린다. 다만, 전형적으로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와 본격적인 타격을 위한 초반부의 늘어짐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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