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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 90년대 생 게이들의 쿨하고 힙한 인생

<메이드 인 루프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90년대 생 성 소수자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8년 만에 제작자가 아닌 연출자로 돌아온 김조광수 감독은 자기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밝히는 2030 게이들은 10대 때 정체성의 고민을 정리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고민으로 삶이 짓눌리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20대 게이들은 유효기간 없는 고민이나 주변을 의식하는 대신 자신을 삶을 오롯이 살아가기 바쁘다.

그동안 한국 퀴어 영화는 무겁고 진지했고 서글펐다. 성 소수자라는 정체성에 괴로워하고 힘들었으며 비극적인 결말로 나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드 인 루프탑>은 젊은 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밝고 경쾌하게 빚어냈다. 연인과의 관계가 잘 안 풀리고 취업이 어려워 알바만 할지라도 그게 바로 내 인생임을 논한다. 주변에 휘둘려 숨거나 놓아버리지 않는다.

이에 김조광수 감독은 “90년 대생들은 삶의 주체성을 갖고 누구를 사랑하든 당당하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세대”라고 전하며 “90년 대생 청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래서인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보다 훨씬 하이 텐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별 1일 차, 1일차 청춘들

3년 차 연애 중인 취준생인 하늘(이홍내)은 동거 중인 정민(강정우)과 크게 싸우고 홧김에 집을 나왔다. 슬리퍼 차림으로 나온 지 30분 만에 비밀번호가 바뀌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친구 봉식(정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냉미남 BJ 봉식은 갈 곳 없는 하늘을 기꺼이 받아주며 옥탑 라이프를 함께 한다.

봉식은 40살 전에 죽을 거라며 버는 족족 쓰고 즐기는 욜로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취미에도 없는 배드민턴을 배우러 다니던 중 민호(곽민규)가 마음에 들어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민호는 봉식에서 적극적인 호감을 표시하지만 마냥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 복잡하기만 하다.

반면 두 사람은 2층 사는 프로 참견러 순자 씨(이정은)의 무한 간섭(?)이 싫지만은 않다. 다이소 흙과 미세먼지 먹은 옥탑 채소들과 무럭무럭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둘은 못 잡아먹을 것처럼 티격태격 거리지만 각자의 따스한 조언과 따끔한 훈계를 주고받을 줄 아는 MZ 세대로 성장한다.

영화는 마냥 씩씩하고 행복한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밝은 색감과 귀여움으로 무장해 여름의 청량감을 선사한다.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하이 텐션을 이어가는 영화의 분위기는 쿨하고 힙한 20대를 상징한다.

그들은 끌리면 해야 하고 이게 맞는지 묻지도 따질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에도 모자란 게 인생이다. 고민은 짧게 이후 이생은 길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잡한 관계를 풀어 나가려 노력한다. 이런 생각의 이면에서 끝나지 않는 취업 준비, 가만히 앉아 나이만 먹는 무기력함,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 장만할 수 없는 자조 섞인 대처법이 아닐지 씁쓸함도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은 당장하고 하기 싫은 것은 당당히 하지 않는 세태가 자리 잡은 세대인 것도 그들만의 진화 방식일 것이다.

낭만의 상징이 된 루프탑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컷

영화에서 무대가 되는 ‘루프탑’은 옥탑방의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담긴 단어로 탈바꿈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들의 대표 주거공간으로 전락한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은 오랜 세월 청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중 옥탑은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지만 옥상 전체를 쓸 수 있다는 장점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도 있고 내리쬐는 햇살과 낭만적인 빗방울 소리를 직접 맞을 수 있는 케렌시아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런 옥탑을 슬픔, 아픔, 비밀을 간직한 힐링 공간으로 설정해 웃음을 준다. 영화 속에서는 외부의 시선을 피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안전 가옥으로 설정했다. 따스한 사람 냄새가 가득한 공간으로 유독 정겨움이 묻어난다. 옥탑에서 기르는 청경채, 고추, 방울토마토와 더불어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장소임을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옥탑지기 이자 청년을 지지하는 기성세대 순자 씨가 등장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한편, 젊은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신선함을 풍긴다. 가장 큰 충격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악귀 지청신을 맡았던 배우 이홍내의 변신이다. 매서운 눈매와 한없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어두운 기운을 장착했던 지청신은 어디 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하늘만 있었다. 이홍내의 색다른 매력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또한 뮤지컬 배우로 [팬덤싱어]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정휘의 통통 튀는 모습도 눈에 띈다. EBS [자이언트 펭 TV]의 메인 작가 출신 연기자 염문경이 각본과 연기 1인 2역을 소화해 놀라움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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